■ “고승덕 ‘박희태 돈’ 진술”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고 있다. 한나라당 전체를 휩쓸고 갈 수도 있는 초대형 충격파다. 2008년 대표 경선 당시 박희태 후보 측이 서울지역 구의원들을 통해 살포하려 한 2000만 원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서울이 이 정도였다면 지방에서는 돈봉투 규모가 훨씬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8일 검찰에 출두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도 ‘300만 원 돈봉투’를 당시 박 후보 측에서 건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박 후보를 포함해 박 후보 캠프에 참여한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의 ‘줄 소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의 칼끝에 한나라당 유력 인사들의 정치생명이 줄줄이 엮여 있는 초유의 상황이다.
○ 서울이 이 정도였다면 지방은?
서울지역 당협에 50만 원씩을 전달하려 했다면 지방의 당협에는 액수가 훨씬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전대에 참여했던 인사들은 한결같이 돈봉투가 지방에서 서울 전대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거마비 명목으로 제공됐다고 증언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조직이 열악한 호남에서는 돈의 액수만큼 대의원을 모아 서울로 올라온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 박희태 선거캠프로 수사 확대 불가피
고 의원의 ‘입’에서 촉발된 돈봉투 사건의 수사는 최소한 7·3전대 당시 박 후보 선거캠프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고 의원이 박 후보 측을 특정한 것으로 알려진 데다 전 구의원들의 증언도 매우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 캠프로 수사가 확대되면 친이계 유력 인사 상당수가 수사 대상에 오를 수밖에 없다. 당시 박 후보는 친이계의 절대적 지지를 등에 업고 당권을 거머쥐었다. 자신의 지역구 구의원들에게 금품 살포를 지시한 A 당협위원장도 친이계 핵심의 측근이다. 18대 총선 직후인 2008년 전대 때는 당협 조직의 70% 이상을 친이계가 장악하고 있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