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스트레스 집중조명 스트레스 받는 중학생들… 익명성 보장 인터넷 공간 이용해 저주방법 공유-음란물로 해소하기도
중학생의 스트레스는 상상 그 이상의 방법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인터넷에 저주 카페를 만들어 저주 방법을 공유하고 자신을 괴롭힌 학생에게 저주를 거는 인형을 만들며 스트레스를 푼다. 사진은 한 인터넷 저주 카페 화면.
서울의 한 중학교 3학년 A 군(16)은 같은 학교 친구 10명을 모아 ‘오토바이 계’를 만들었다. 매달 5만 원씩 ‘곗돈’을 걷어 한 사람에게 몰아주면서 각자 점찍어 놓은 오토바이를 구입하기 위해 만든 모임이었다. 하지만 여기엔 A 군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A 군과 친구 3명은 미리 공모를 하고 계에 들어오는 나머지 친구들의 돈을 훔치기로 한 것이다. 성인범죄 뺨칠 만큼 주도면밀한 계획이었다.
일단 A 군 등 4명은 매달 곗돈이 걷힐 때마다 A 군을 첫 번째 수혜자로 해서 4개월간 차례로 곗돈을 탔다. 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다섯 번째 학생이 돈을 받을 차례가 되자 A 군은 “나중에 줄게”라는 한마디를 남긴 채 계를 일방적으로 깼다. 피해학생 6명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A 군은 폭력을 휘둘렀다. 이탈하는 학생을 막기 위해 ‘중간에 탈퇴하면 냈던 돈은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규칙을 정해 피해학생들을 묶어두었다.
한편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 학생들은 내면에 쌓인 스트레스를 인터넷 공간에서 풀어버리기도 한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공간에서 그들은 가해학생들에게 뱉어주고 싶었던 욕설을 백배 천배 증폭시킨, 입에 담을 수 없는 비난의 언어를 사용한다. 자신을 괴롭힌 학생에게 저주를 거는 일명 ‘저주 카페’가 대표적 사례.
카페에서 공유된 저주의 방법을 B 양은 곧 ‘실천’에 옮겼다. 딱딱한 종이끈을 뭉쳐서 ‘저주 인형’을 만들었다. 자신을 괴롭힌 C 양의 머리카락 한 올을 남몰래 얻은 B 양은 저주 인형 속에다 이 머리카락을 심어 넣었다. 그러고는 저주의 마음을 담아 연필과 송곳으로 인형을 수시로 찔렀다. C 양의 이름을 메모지에 빨간색 펜으로 적은 뒤 메모지를 접어 신발 밑창에 넣고는 이 신발을 신고 다녔다.
“저주를 걸었지만 그 아이에게 나쁜 일이 생기진 않았어요. 하지만 앞으로 그 아이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였다는 기분이 들어 스트레스가 풀렸어요.”(B 양)
억압된 스트레스를 음란물을 통해 푸는 경우도 많다. 대전의 한 중학교 1학년 D 군(14)은 별다른 취미도 없는데다 친구들과 뛰어노는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D 군은 결국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음란물에 눈을 돌렸다.
음란물을 접할 통로는 수없이 많았다. 외국 성인사이트에 접속하면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아도 음란사진이나 동영상을 손쉽게 볼 수 있었다. D 군은 최근 스마트폰을 갖게 되면서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음란물에 빠져들었다. 집에서 보면 가족에게 들킬 염려가 있기 때문에 무선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는 집 밖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친구들과 함께 보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음란성 자료는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에 ‘숨기기 폴더’를 만들어 비밀리에 보관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D 군은 방학인 요즘엔 매일 음란물을 본다.
오승주 기자 cantare@donga.com
:: 인터넷 ‘저주 카페’에 올라온 ‘저주 방법’ 문의 글들 ::
▶ 같은 반 남학생이 ‘찐따’라고 놀리면서 계속 괴롭혀요. 엄마한테 말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너무 힘듭니다. 그 친구가 다시는 학교 못 나오게 해주세요. 저한테는 피해 없고 무섭지도 않은 저주 방법 알려주세요.
▶ 저희 반에 ○○○라는 애가 있는데 못생긴 주제에 완전 ××이에요. 걔가 남자애랑 말할 때 엄청 애교를 부리는데 원래는 성격이 나쁘거든요. 웃는 모습도 꼴 보기 싫어요. 불행하게 만드는 법, 골탕 먹이는 법 없나요?
▶ 제 자신을 저주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세요. 그냥 요즘 너무 살기가 싫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