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이 정한 법관의 임기는 10년이다. 판사는 임기 10년이 끝날 때마다 자질과 능력을 다시 검증받아 법관에 재임용되는 절차를 밟게 돼 있다. 그러나 민주화와 함께 1987년 현행 헌법이 제정된 후 법관 재임용 절차에 따라 탈락한 법관은 지금까지 3명에 불과하다. 사법부의 법관 재임용 심사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한 것이다.
재임용제의 본래 취지는 법관 임기 동안 신분을 보장해주면서 임기가 끝났을 때 법관의 자질과 능력을 새로 평가함으로써 신분 보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해이(解弛)를 막기 위한 제도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법관 재임용제를 악용해 정권의 눈 밖에 난 법관을 퇴출시킨 사례가 있었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그런 우려는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법원은 재임용 심사의 객관적 기준이 없으면 재임용 탈락자가 적법 절차 위반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우려를 앞세워 그동안 엄격히 심사를 하지 않았다. 국회가 지난해 7월 법원조직법을 개정해 법관 근무성적평정과 자질평정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은 사법부로 넘어갔다. 그러나 대법원은 세부규칙을 마련하는 데 늑장을 부려 연말에나 가야 재임용 절차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한 판사는 옛 민주노동당에 당비를 납부한 공무원의 실정법 위반이 징계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려 억지라는 비판을 받았다. 어떤 판사는 트위터 분량에도 못 미치는 72자짜리 판결 이유를 쓴 판결문으로 무성의하다는 말을 들었다. 판사들은 대부분 20대 중후반에 사법연수원에서 받은 성적순으로 임명됐다. 이들이 법관의 자질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정밀한 재임용 심사를 통해 걸러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