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몬교 신자… 경선 변수, 4년 전에도 쓰라린 경험기독교계 ‘反롬니’ 움직임… ‘대세론’ 맞서 단일화 논의
매사추세츠 주와 바로 인접한 이곳은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사진)의 ‘텃밭’으로 불린다. 그만큼 롬니에 대한 지지 열기가 뜨겁지만 롬니 측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롬니 후보가 미 역사상 최초의 모르몬교 대선후보로 탄생할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초반 경선에서 연승의 중요성을 잘 아는 롬니 후보는 이곳에서 압도적인 승리로 ‘롬니 대세론’을 확정짓고 모르몬교 논란을 잠재우겠다는 포석을 다지고 있다.
3일 열렸던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롬니 후보가 신생 후보나 다름없는 릭 샌토럼 후보와 예상외로 피 말리는 접전을 펼쳐야 했던 것은 모르몬교에 대한 미국인들의 정서적 거부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처럼 후보의 종교 문제는 경선에서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중남부 백인 중산층을 주류로 하는 보수 기독교 세력이 어느 후보를 지지하느냐는 롬니 후보의 경선 가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보수적 성향의 복음주의 신도들은 전체 인구의 4분의 1을 넘는다. 중도 성향의 기독교인과 가톨릭 신자를 포함하면 80%에 이른다. 중산층이 대부분인 이들은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을 활용해 대선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2008년 공화당 경선에서 롬니 후보는 보수 기독교주의자들의 표를 의식해 “나는 예수 그리스도가 하나님의 아들이고 인간의 구세주였다는 것을 믿는다”고 공개적으로 신앙고백을 해야 했다.
정통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이 밀집한 아이오와 주에서 ‘실탄’을 아낀 롬니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승부를 기대하고 있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는 공화당원뿐 아니라 민주당원이나 중립 성향 유권자 등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최적의 승부처인 셈이다.
프라이머리를 이틀 앞둔 8일 미 서퍽대가 발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롬니 후보는 뉴햄프셔에서 35% 지지를 받아 론 폴 하원의원(20%)과 존 헌츠먼 전 유타 주지사(11%)와 큰 격차를 보였다.
켄 스타 베일러대 총장(전 특별검사)은 9일 ‘모르몬교도에게 지지표를 던질 것인가’라는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칼럼에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이신론(理神論)자였고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어떤 교회에도 다니지 않았다”며 “중요한 것은 어떤 교회를 다니느냐가 아니라 미국의 헌법을 제대로 수호할 후보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천주교 신자였던 존 F 케네디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했다.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던 조지프 리버먼은 유대인의 후보 문호를 열었다.
아직은 롬니 후보가 종교적인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공화당 내 기독교 복음주의 신자들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보수주의(social conservative)’ 세력들은 롬니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후보 단일화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보수주의 단체인 ‘미국의 가치(American Value)’ 총재인 게리 바우어는 샌토럼 후보 지지를 선언한 데 이어 13, 14일 텍사스에서 공화당 내 보수파 지도자들이 모여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샌토럼 후보도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기세다. 그는 5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신을 ‘예수 후보(Jesus candidates)’라고 발언하는 등 기독교 복음주의자들의 표를 결집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맨체스터=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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