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고재 갤러리 ‘소호-해강 난죽전’ - 난초의 향기, 코끝 스치고 대숲의 바람, 귓가 맴돌아■ 신세계 갤러리 ‘사각사각’ - 바르고 반듯한 자연의 미, 전통 미니멀리즘 진수 느껴
해강의 대나무병풍
11일∼2월 19일 열리는 ‘소호와 해강의 난죽(蘭竹)전은 대원군의 ‘석파란’을 이어받아 독자적인 ‘소호란’을 개척한 김응원과 조선시대 묵죽을 바탕으로 새 경지를 열었던 김규진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전시다(02-720-1524). 올곧은 선비를 상징한 ’사군자‘ 중 난죽을 테마로 삼아 대중과 미술시장이 외면해온 개화기의 미학, 한국 근대기 서화의 가치를 재평가하려는 시도다.
서울 신세계 갤러리(신세계백화점 본점 12층)에서 2월 1일까지 계속되는 ‘사각사각-조선시대의 함과 소품’전은 가구의 아름다움을 통해 옛 사람의 미의식을 살펴보는 자리다(02-310-1924). 사각형으로 만든 용품을 모은 전시는 실용성과 예술적 성취를 겸비한 오래된 디자인에서 우리가 새롭게 배워야 할 미감을 일깨운다.
○ 바르고 반듯한-옛 가구
경운박물관과 공동 기획한 ‘사각사각’전은 ‘반듯한 사람’이란 표현이 절로 떠오를 만큼 어느 하나 버릴 데 없이 재료와 비례를 제대로 살려낸 네모반듯한 생활용품 59점을 선보였다. 도장을 보관하는 인궤부터 목침, 문갑, 찬합, 함에서 한국의 전통 미니멀리즘의 진수를 느낄 수 있다. 모든 각이 90도로 떨어지는 형태,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비례가 어우러진 가구에서 기능과 디자인이 일체화된 균제미, 편안한 자연미가 돋보인다. 현대적 조각과 유명 디자이너 가구에 뒤지지 않는 존재감이 인상적이다.
알아주는 이 없어도 숲 속에서 향기를 내뿜는 난초, 거친 바람에 흔들려도 꺾이지 않는 대나무를 조명한 ‘난죽’전은 조선 선비의 정신과 근대의 미의식에 초점을 맞췄다. 소호의 20점, 해강의 13점, 합작품 1점이 선보인 전시다. 학고재 우찬규 대표는 “전통을 말살하려 했던 일제강점기의 영향 때문인지 우리 것의 평가에 인색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올 한 해 난향처럼 향기롭고 대 바람처럼 평안하길 비는 마음에서 첫 전시로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전통 족자와 병풍 외에 현대식 액자로 새롭게 표구한 작품도 선보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