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속도 측정 제안을 SK텔레콤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날 행사는 통신 3사가 모두 LTE를 시작한 이래 시장 경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확대됐음을 보여 준다.
○ 영업비밀까지 공개한 KT
KT는 이날 언론에 처음으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양재지사 사옥의 기지국 설비를 공개했다. 기지국 내부의 설비를 보면 통신망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이는 일종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 하지만 KT는 자신들의 기술이 독창적이고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이런 점을 감수하고 외부에 공개한 것이다.
KT가 내세우는 핵심 기술은 ‘가상화 기술’. 서로 다른 곳에 떨어져 있는 기지국 144개를 마치 1개의 기지국처럼 관리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출근길 서울 강남구 2호선 지하철 역삼역에 LTE 스마트폰 사용자가 많이 몰리면 인근 삼성역이나 청담역에 설치한 LTE 기지국을 역삼역용으로 돌려쓰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측은 “KT의 가상화 기술은 우리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라며 “경기 성남시 분당지역에 이미 시범 적용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KT가 처음 개발한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KT는 이 기술을 LTE워프라고 부르고, SK텔레콤은 A(어드밴스트)스캔이라고 부른다. 양사의 주장을 종합하면 이런 신기술은 두 회사 모두 갖고 있는데, 그 기술을 구현하는 수준은 서로 자신이 더 낫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 자존심 경쟁 점입가경
하지만 KT 구현모 개인고객전략본부장은 “SK텔레콤과 어떤 회사의 LTE 속도가 더 빠른지 공개 시연회를 벌일 수 있다”며 SK텔레콤의 주장을 재반박했다. 반면 SK텔레콤은 “(공개 시연회를) 못할 이유가 없지만 KT의 노이즈 마케팅을 따르는 모양새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하려 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익명을 요구한 KT 관계자는 “LTE 가상화 기술은 우리가 삼성전자와 공동 개발해 2년 동안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특허출원을 마친 상태라 상황에 따라 특허전쟁을 벌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사의 이 같은 자존심 싸움은 지난해 3차원(3D) TV 품질경쟁을 벌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두 회사는 서로의 3D TV 방식이 낫다고 주장하면서 상대방을 비방했다.
정진욱 기자 cool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