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이라크전쟁 때 미군은 제시카 린치 일병이 홀로 끝까지 싸우다 생포돼 고문받던 중 구출됐다고 발표했다. 린치 일병은 하루아침에 영웅이 됐고, 국민은 여군을 고문했다는 이라크군에 분노했다. 그러나 린치 일병은 전투가 아닌 차량 전복 사고로 부상했고 이라크군은 고문은커녕 치료를 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오인 사격이든 전복 사고든 나라를 위해 일하다 죽고 다친 이들은 모두 영웅이다. 미군은 전쟁의 명분을 살리고 군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공연히 미담(美談)을 조작했다가 망신을 자초했다.
▷국민에게 고통 주는 독재자를 위한 미담 조작은 한결 질이 나쁘다. 나치 정권은 히틀러가 제1차 세계대전 때 최일선을 누빈 전쟁영웅이었다고 선전했지만 실제로는 후방에서 우편물을 배달하고 한가하게 그림 그리기를 즐긴 연락병이었다. 북한 김일성 왕조는 조작의 대가다. 김일성은 가랑잎 한 장으로 대하(大河)를 건넜고, 김정일은 72홀 골프장에서 38언더파를 치고 홀인원을 11번 했으며, 김정은은 20대에 육해공군을 지휘한 ‘천재 중의 천재’다. 3대 영웅이 주민은 왜 굶겨 죽이는지 모르겠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