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석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철도 경쟁에 있어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자. 우선 철도공사는 수익부문(고속철도)에서 적자부문(일반철도)을 보조하는 구조를 유지해 왔다. 고속철도에서는 요금이 비용을 초과하고 일반철도에서는 반대다. 경쟁이 도입되면 이런 교차 보조는 유지될 수 없다. 정부 계획대로 신규 기업이 수익부문에만 진입하면 철도공사의 적자부문에 대한 보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신규 기업이 요금을 상당히 낮출 수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그것은 신규 기업이 철도공사보다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 같은 교차 보조 구조 때문이다. 경쟁할 경우 철도공사의 일반철도 요금은 높아져야 한다. 교차 보조는 효율성 면에서 개선해야 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일반철도 요금의 급격한 인상도 바람직하지 않다. 교차 보조의 조정 정도가 적절하게 정해져야 하고, 보조의 부담을 모든 기업에 공정하게 배분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한편 공기업과 사기업 간에 경쟁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의문이다. 철도공사가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 경쟁은 보장되기 어렵고 정부의 경쟁 관리로 시장 기능이 무력화되기 쉽다. 활발한 경쟁을 위해서는 철도공사의 민영화를 함께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는 공기업의 주인이면서 동시에 규제자라는 모순에 직면한다. 마치 한쪽 축구팀의 감독이 심판을 보는 것과 같아 게임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두 기능이 분리되고 규제 형평성이 갖추어져야 효과적인 경쟁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중립성과 전문성을 가진 별도의 규제 기관을 두는 것이 좋다.
정인석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