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민단체와 야5당이 단일 후보를 내 시장(市長)을 당선시킨 경기 고양시에서 시민단체 대표가 시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왔다. 박평수 환경운동연합 고양시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12월 13일부터 8일간 선진국의 ‘바이오매스 시설’을 견학한다는 명목으로 시 공무원들과 함께 독일과 일본을 둘러봤다. 박 위원장의 경비 490만 원은 모두 고양시가 시 예산으로 부담했다.
제3섹터라고 불리는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는 정치권력(정부)과 경제권력(기업)으로부터 독립해 그 권력을 견제하는 데 있다. 명분을 따질 것도 없이 시민단체의 대표라는 사람이 시가 제공하는 돈으로 해외를 다녀온 것은 시민단체의 생명인 독립성과 투명성을 스스로 내던진 행위다.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기는커녕 특정인을 시장에 당선시키고 그 대가를 챙기는 단체는 이미 시민단체가 아니다.
진보좌파 성향 시민단체들의 많은 활동가들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거치면서 정부와 여당의 공직을 꿰차고 권력 비판자에서 권력자로 변신했다. 참여연대 간부를 지낸 사람 중 150여 명이 노무현 정권에서 정부와 산하 위원회에서 일했다. 권력과 한통속이 됐던 시민단체 사람들은 이명박 정부에서 밀려나자 다시 그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야권연대에 목을 매고 있다.
시민단체 출신도 정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에게 봉사하는 활동을 하기보다는 정치로 가는 징검다리로 삼거나 정치와 유착해 권력의 단맛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시민운동의 타락이다. 권력을 견제해야 할 시민단체가 정치편향적이고 권력지향적일 때 시민은 소외된다. 권력 참여에 골몰하는 시민단체는 정당의 위성조직이며, 시민의 이름을 팔아 시민의 권리를 가로채는 존재다. 건전하지 못한 시민단체와 유착한 정치인을 선거에서 걸러내는 것이 진짜 시민이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