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생 심층상담 분석 논문
학교폭력은 주로 남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여학생의 학교폭력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여학생의 학교폭력 발생빈도가 빠르게 늘고 있을 뿐 아니라 남학생에 비해 집단폭력 경향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하정희 한양사이버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여학생의 집단폭력 경향의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 여중생 10명과 심층상담을 한 뒤 이들의 특성을 분석한 논문을 최근 발표했다. 하 교수가 상담한 여중생들은 ‘패싸움’을 비롯한 집단폭행에 가담한 학생들이었다.
상담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대부분 메신저를 통해 싸움 정보를 얻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정보를 얻은 뒤에는 대부분이 “참여를 망설였다”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에도 이들이 집단폭행에 가담한 이유는 “친구를 도와야 해서” “권유를 거절하지 못해서” “친구와 멀어질까 두려워서” 등이었다.
하 교수는 “남학생은 집단에서 자신을 내세우기 위한 방법으로 폭력을 선택하지만 여학생은 친구들과의 관계를 끊지 않기 위해 폭력에 가담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여학생 중에서는 자신이 원해서가 아니라 집단에서 소외당하지 않으려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이는 여학생의 폭력이 남학생보다 집단적으로 이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는 여학생은 1999년 2.2%에서 2009년 16.6%로 10년 만에 7.5배로 늘었다. 여학생은 특히 가해자가 2명 이상인 경우가 92.6%로 남학생(62.9%)보다 훨씬 많았다.
여학생들이 친구집단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것은 여학생 사이에서 따돌림이 더 많이 일어나는 것과도 관계가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원에 따르면 1년 동안 친구에게 따돌림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여학생이 7%, 남학생이 6%였다.
하 교수는 “여학생은 집단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한 번 ‘폭력학생’이라는 낙인이 찍히면 폭력학생 그룹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