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야, 두 가지 일을 하고 살아야 하거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영화 ‘티끌 모아 로맨스’에서 주인공 송중기가 멋진 대사를 날린다. 하지만 실은 하고 싶은 일만 하는 청년백수다. 돈은 없어도 스쿠터는 절대로 못 팔고, 벌건 대낮엔 국적별로 모아둔 야동(야한 동영상)만 본다. 다행히도 해야 할 일만 하는 ‘국보급 짠순이’ 한예슬을 만나 티끌 모아 사는 법을 익히지만, ‘춘향전’ 속 과거 급제처럼 취업에 성공하는 전통적 해피엔드는 끝내 안 나온다. 통계청 발표 ‘2011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서 지난해 20, 30대 취업자 수가 각각 5만 명, 4만6000명씩 줄어든 현실을 반영하듯이.
▷정부는 20, 30대 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실제 취업자 수는 다소 늘었다고 강조한다. 그래도 정규직 취업은 쉽지 않다. 송중기가 “SK텔레콤에 취직했다”는 거짓말로 대기업 취업에 대한 갈망을 표현할 때는 가슴이 짠해질 정도다. 그러나 대출받은 학자금도 못 갚는 주제에 여자친구한테 88만 원짜리 구두를 사주는 장면에선 부모세대는 억장이 무너진다. 아무리 코미디 영화지만 그렇게 ‘개념 없는 청춘’이니 취직 못할 수밖에 없다 싶어진다.
▷송중기의 부모세대인 50대는 그들처럼 안 살았다. 젊어선 몸 성하면 막노동이라도 해야 한다고 믿었고, 지금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은 “50대 이상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48만 명 늘어나 1963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가장 많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일반 직장에서 은퇴할 나이에 취업하다 보니 일터가 호사스러울 리 없다. 여성은 마트 회계원, 남성은 마트의 카트 정리원 수준이다. 백수 아들딸을 보다 못해 부모세대가 거친 일터로 나선 형국이다.
▷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민주통합당 대표 후보들은 제2의 벤처시대(한명숙) 청년취업할당제(박용진) 2040희망펀드(박영선) 같은 정책을 제시하며 20, 30대에 구애하고 있다. 문성근 씨는 재벌독식 구조를 깨고 중소기업이 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50대 취업을 늘린 대형마트는 주로 대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정치인도 “20대든 50대든,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은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