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들 품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경기 수원시 팔달구 교동 수원중앙침례교회. 1951년에 개척된 이 교회는 지역사회의 그늘을 비추고 소외된 이웃의 아픔을 나누는 ‘과연 그 교회’가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자원봉사자와 장애인들이 어우러진 장애인 수련회. 수원중앙침례교회 제공
“그런 질문을 하는 분이 꽤 있어요. 하지만 저는 ‘예배당(黨)’ 당원입니다. 하나님이 총재이시고, 전 지구당 위원장쯤 되죠. 우리 총재님만 잘 모시면 되는데 무슨 고민이 있겠어요. (웃음)”
그는 “두 의원께 하나님 좀 잘 모시라는 말은 간곡하게 한다”며 “그분 얘기만 제대로 들어도 요즘 정치와 같은 모습은 있을 수 없는데…. 예배당 벗어나면 다른 총재님을 모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님을 영화롭게, 사람을 존귀하게, 과연 그 교회’가 이 교회의 비전이다. ‘과연 그 교회’라는 문구에는 이 교회의 자부심이 깔려 있다.
이 교회는 개별 교회로는 드물게 수원중앙복지재단과 스완슨기념관 유지재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2008년 설립된 복지재단은 수원시장애인종합복지관, 버드내 노인복지관, 수원시외국인복지센터, 수원중앙보호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 수원 굿 윌을 관할한다. 장애인과 노인, 결혼과 직업을 위해 한국으로 온 외국인 등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있다. 수원 굿 윌은 장애인들이 기부된 중고 제품을 수리, 판매해 재활하도록 돕는 공간이다. 국제 어린이 양육 단체인 컴패션의 설립자인 에버렛 스완슨 목사의 이름을 딴 스완슨기념관 유지재단에서는 양로원과 요양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오산침례교회 담임 목사 시절에는 교회 비전에 ‘아, 그 교회’라는 문구가 있었습니다. 매년 바꾸기 힘드니 평생 쓸 수 있는 비전을 달라고 기도했죠.(웃음) 이제 교회가 성장한 만큼 나눠야 하는 사회적 책임도 커졌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수원중앙침례교회 하면 ‘과연 그 교회’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교회는 지역 사회의 노숙인들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노숙인 예배에 이어 무료 진료를 실시한다. 평균 90여 명이 참석한다. 마굿간 사랑이야기는 성탄절의 기쁨을 거리와 쉼터, 쪽방에서 생활하는 이웃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행사다. 문화공연과 선물 나눔, 무료 급식, 무료 이미용 봉사를 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를 둘러싼 갈등과 대형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고 목사는 “1970, 80년대와 달리 이제 한국 교회는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한기총은 몇몇 목회자의 카리스마에 의지한 구태를 반복하고 있기 때문에 쉽게 위기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즉석에서 시 한 수를 읊었다. 조병화 시인의 ‘해인사’다. ‘큰 절이나 작은 절이나 믿음은 하나/큰 집에 사나 작은 집에 사나 인간은 하나.’
“큰 교회라고 믿음이 크고, 작은 교회는 믿음이 작겠습니까? 일제강점기에는 개신교 신자가 인구의 1%밖에 안 됐지만 3·1운동 당시 민족대표 33인의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인구의 25%인 지금 몇 명이나 들어갈 수 있겠습니까. 리더십의 위기입니다.” 고 목사는 “교회의 크기보다는 스스로가 하나님의 목소리에 충실하고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고 있는지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원=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고명진 목사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김장환 목사 ▼
지난해 12월 극동방송 창사 55주년 기념 리셉션에 참석한 수원중앙침례교회 고명진 담임목사(왼쪽)와 김장환 원로목사. 수원중앙침례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