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전트 성공 다룬 영화 실제 주인공 스타인버그사업 몰락 파산보호신청
AP통신은 미국 스포츠에이전트 레이 스타인버그(63·사진)가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했다고 13일 전했다. 스타인버그는 제리 맥과이어의 실제 모델. 캐머런 크로 감독은 그를 몇 년간 밀착 취재한 뒤 영화를 만들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스타인버그는 같은 학교 미식축구선수인 스티브 바트코스키의 기숙사를 알아봐주려다 그의 에이전트가 됐다. 바트코스키는 애틀랜타 팰컨스로부터 1975년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았다.
실제로 스타인버그는 유명 에이전트사에서 독립해 자신의 회사를 세운 뒤 스티브 영 등 미식축구의 전설적인 스타들을 대거 고객으로 유치했다. ‘슈퍼 에이전트’로 불린 그는 총 10조 원 이상의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위기가 시작됐다. 부하 직원이 선수에게서 수억 원을 빌린 게 빌미가 됐다. 선수 돈을 개인적으로 이용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소문이 퍼지면서 선수들이 떠났고 사업은 몰락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알코올의존자가 됐고 70억∼80억 원의 빚더미에 앉았다. 사무실 임차료도 내지 못하고 있어 구속될 위기에 처했다.
스타인버그는 경쟁 에이전트들과 선수 유치를 둘러싸고 몇 번이고 큰 송사(訟事)를 벌였다. 그는 당시 패했던 경쟁자가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일’을 꾸몄다고 주장한다. 영화 속 멋진 주인공은 현실의 처절한 경쟁과 암투 앞에선 패배자가 되고 말았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