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어디서 욕이야” 일진학생 “표현 자유” “혼나볼래” “돈 많아요?… 때려봐요”■ 학생부장 8명이 밝히는 학교폭력 실상과 자기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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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중 학생부장 김모 교사가 지난해 12월 초 교실에서 겪은 일이다. 교사는 한 명이지만 일진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점조직. 수업마다 힘겨운 기 싸움이 이어진다. ‘호랑이’로 통하는 김 교사 앞에선 그나마 얌전한 편이다. 여교사 수업 땐 일진들의 지시로 학생들이 수업을 통째로 거부하기도 한다. 성희롱도 다반사다. 김 교사는 “일진이 교사 위로 군림하려 하는데 제재할 방법이 없어 어느 순간 자포자기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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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장은 학교폭력을 최일선에서 관리하는 파수꾼이다. 동아일보는 학교폭력으로 악명이 높은 수도권 중학교 8곳의 학생부장 교사들을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은 “학교폭력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몰랐다’고 잡아뗀 것은 무력감을 감추기 위한 자기방어였다”며 자성했다. 한 교사는 “사안이 크면 은폐하기 위해, 사안이 작으면 무덤덤해져 문제를 드러내지 못했다”며 “일단 문제 제기를 하면 교장의 질책과 학부모들의 엄청난 항의를 받으며 혼자 싸워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가학교폭력 문제는 간과했다고 털어놨다. 이 교사는 “학교 뒷산 등에 일진들의 아지트가 있다는 얘긴 들었지만 막상 가도 별 도리가 없을 것 같아 가보지 않았다”고 말했다.해학생들이 경찰에 구속되는 등 풍파를 겪은 경기도의 한 중학교 학생부장 교사는 ‘문제 학교’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성적 향상에 집중하다 보니
○ 학생부장이 본 실전 대책
교사들은 조폭 수준으로 진화한 일진그룹 등 학교폭력의 원천을 없애는 적극적 조치 없이는 어떤 대책도 무용지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를 위해선 일진 전수조사를 통해 가해학생들의 실체와 규모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다. A중 김 교사는 “학교와 교육당국이 일진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만 쏟아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들은 정치권에서 피해신고 전화를 117로 통합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C중 정모 교사는 “피해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여러 번 회의를 거친 뒤 어렵게 나를 찾아와 ‘선생님, 저희 나가면 맞아 죽어요’라고 벌벌 떨었다”며 “번호만 준다고 신고하는 게 아니라 학교 내에 신뢰가 두터운 관계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황지현 인턴기자 경희대 행정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