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 송아지, 장 프랑수아 밀레. 아트블루 제공
밀가루 스테이크를 먹던 소녀는 자라서 스테이크는 밀가루가 아니라 질 좋은 쇠고기 살로 만들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무척 비싸다는 것도요. 쇠고기야 원래 비싸서 어린 시절에는 국이나 끓여 먹었는데 언제부턴가는 모두들 구이로도 많이 먹게 되었죠. 그래도 요즘 한우의 가격은 늘 비싸서 식구들이 마음껏 먹는 게 여간 큰 부담이 되는 게 아닙니다. 식당에 가서 한우 갈비나 등심구이를 온 식구가 마음껏 먹는 게 만만치 않습니다. 그렇게 비싼 한우가 요즘 ‘똥값’이라는군요. 송아지 한 마리가 돈 1만 원에도 팔리지 않는 현실에 아예 굶기거나 도살처분을 해야 할 판이랍니다. 갓난 송아지를 죽이지도 살리지도 못한다고 축산농민들이 큰 한숨을 짓더군요.
소 한 마리가 큰 재산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오래전, 제가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게 되었을 때 어머니는 당분간 월급을 모아 소를 사자고 하셨습니다. 시골에 있는 친척에게 소를 맡겨 키워 새끼도 치고, 그러면 은행이자는 새발의 피라고 하셨어요. 친척도 좋고 우리도 좋은 그 생색나는 일에 저는 투자를 했고, 시집갈 밑천에 보탠 경험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소 팔아 시집갔죠. 그만큼 소는 귀한 존재였고 송아지는 미래 투자 가치가 높은 투자 종목이었습니다. 프랑스 요리에는 송아지 요리가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송아지 요리가 없는 게 이상했는데, 송아지를 돈 되게 키워야지 잡아먹을 이유가 없어서였나 봐요. 그런데 이제 송아지는 누가 키우나요?
송아지도 목숨 붙은 생명이고 태어났으면 제 목숨 값을 해야 할 텐데, 태어나자마자 쓰레기만도 못한 존재가 되는 현실이 서글픕니다. 아니 막말로 고기 값이라도 받아야 할 텐데. 그런데 식당의 한우 1인분 가격이 살아 있는 송아지 값의 3배라니! 도대체 접시에 담은 쇠고기 살과 살아 있는 송아지 한 마리의 값이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건지. 안타깝고도 화가 납니다. 설 명절 대목을 맞아 전시된 비싼 정육선물세트를 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태어난 순진무구한 송아지의 눈망울이 어른거리네요.
권지예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