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선배의 출판기념회를 찾은 A 씨는 5만 원이 든 봉투를 내고 행사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책을 꺼내 보니 정가가 3만 원이었다. 화들짝 놀란 A 씨는 접수창구로 달려가 봉투를 돌려받고 5만 원을 더 넣어 건넸다. 많이 팔릴 책이 아닐수록 정가를 높이 책정하는 경향이 있다. 출판기념회를 열면 적어도 500∼1000권을 정가보다 서너 배 높은 값에 팔 수 있다. 만성 불황에 시달리는 출판계에서 일부 출판사가 출판기념회만 성황리에 열어도 본전을 뽑는 출판기념회용 책에 열성인 것도 이해는 간다.
▷최근 정치인들의 출판기념회가 봇물 터지듯 열렸다. 지난 6개월간 1000건이 넘는다. 선거법상 4월 총선 출마자들이 출판기념회를 열 수 있는 마지막 날(90일 전)인 11일에는 30여 곳에서 열렸다.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사 준비 같은 본업은 제쳐두고 출판 자료 수집, 출판사와 작가 섭외, 출판기념회 준비에 매달리다시피 했다. 요즘 정치인 출판기념회는 따분한 축사(祝辭)만 이어지는 게 아니라 북콘서트 형식의 대담, 국악 공연, 피아노 연주 등 다채로운 볼거리를 끼워 넣어 손님을 끈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