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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북 카페]프랑스 만화시장

입력 | 2012-01-14 03:00:00

16년째 상승세… 당당히 예술장르 입성




한국에서 만화는 어린이나 학생의 전유물처럼 돼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예술의 한 장르로 취급된다. 시내 곳곳에 있는 공공 도서관에서는 가족이 함께 와서 만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가족들에게는 특히 역사시리즈물이 인기가 높다. 이 같은 프랑스 국민의 만화 사랑은 경제위기가 휩쓸었던 지난해도 여전히 뜨거웠다.

이달 초 프랑스 언론에 따르면 2011년 한 해 프랑스에서 발간된 만화는 모두 5327종이었다. 2010년보다 162종(3.04%)이 늘었는데 이 가운데 3841종이 신간이었다. 프랑스 전체 출판시장에서 만화는 8.32%를 차지했다. 특히 ‘망가’로 불리는 일본 만화 등 아시아권 만화시리즈물이 1520종 출간됐다.

프랑스 만화시장을 지배하는 5대 출판사 중 1위인 기델쿠르 그룹은 지난해 840종을 출간해 15.77%를 차지했다. 이어 메디아 파르시티파시옹 그룹, 글레나, 플라마리옹 순이었다. 이들 4개 출판사가 발행한 만화가 전체 시장의 43.6%를 차지했다. 나머지 300여 개의 출판사가 절반을 점유했다. 프랑스 벨기에 등 프랑스어권 지역에서 활동하는 만화작가들은 1500명 안팎으로 집계됐다.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기억력을 상실한 도망자를 그린 스릴러물 ‘XIII’(13)이 50만 부를 판매해 1위에 올랐다. 2위는 36만 부가 팔린 벨기에 코믹 풍자물 ‘키드 패들’(Kid Paddle), 3위는 TF1 방송사가 시리즈물로 만들어 방영한 벨기에의 ‘불 그리고 빌’(Boule et Bill·25만3000부), 4위와 5위는 22만 부 이상이 팔린 바이킹 판타지물 ‘토르갈’(Thorgal)과 10세 이하의 어린이가 주 애독자인 ‘어린이 러키’(Kid Lcky·22만 부)였다.

믿기 어렵지만 프랑스 만화시장은 16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질 라티에 만화 비평가 겸 언론인협회장은 “지구촌 재정위기와 경기 악화를 극복한 놀라운 성장세”라고 평가했다.

프랑스 만화는 제1차 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의 프랑스 점령 당시 많은 잡지가 폐간되면서 암흑기를 맞았다. 그러나 1968년 학생혁명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사조가 문학계를 강타하면서 프랑스 만화의 현대화와 함께 일대 전환점이 마련됐다. 사회의 이면을 자유로운 표현과 화려한 일러스트레이션에 담고 글과 그림의 조화를 한 차원 높이면서 만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 미술작품 같은 색채에 판타지 스토리로 무장한 작품성 높은 ‘그래픽 노블’이 프랑스 만화의 정수로 등장하면서 당당하게 예술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