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부연납’ 활용해 증여세 낼땐 2890만원 절약
Q.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전모 씨(52)는 사전증여는 일찍 할수록 효과가 크다는 얘기를 듣고 올해 대학생인 큰아들에게 7억 원 상당의 상가를 증여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아직 대학생인 아들은 증여세를 낼 돈이 없으므로 전 씨가 대신 내줘야 할 형편이다. 증여세를 대신 내주면 세금이 더 많아진다고 하는데 이를 줄일 방법은 없는지 궁금하다.
A. 사전증여를 하겠다는 부모가 점점 늘고 있다. 국세청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도에 증여세를 신고한 인원은 약 7만9000명이고 이들이 증여한 재산가액이 약 9조8000억 원에 이른다. 증여를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는 세금을 덜 내기 위해서다. 상속·증여세 최고세율이 50%로 매우 높은 데다 사망일(증여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상속(증여)재산과 합산돼 과세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액자산가가 사망한 뒤 상속이 이뤄지면 재산의 절반 가까이를 상속세로 내야 하는 등 상속인들이 곤란을 겪을 수 있다. 사전에 증여한다고 하더라도 10년 이내 증여재산은 합산되므로 일찍부터 10년 단위로 증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증여세의 납세의무자는 수증자인 자녀다. 자녀가 소득이 있어 증여세를 낼 돈이 있거나 현금을 증여받아 그 돈으로 증여세를 낸다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아직 소득이 없는 자녀가 부동산을 증여받고 세금 낼 돈이 없어 부모가 대신 내준다면 대신 내준 증여세도 증여재산에 포함돼 증여세가 부과된다. 예를 들면 전 씨가 7억 원인 상가를 증여하면 증여세는 1억2690만 원이다. 여기에 전 씨가 증여세를 대신 내준다면 그 금액도 증여재산에 포함돼 약 4700만 원의 증여세가 추가로 발생해 총증여세는 약 1억7390만 원이 된다.
이럴 때는 납부방법 중 하나인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하는 게 좋다. 연부연납은 상속·증여세의 납부세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해 일시에 내기 어려울 때 납세자가 담보를 제공한 뒤 일정 기간에 걸쳐 분할 납부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연부연납을 허가받고 6분의 1에 상당하는 세금을 내고 그 후 1년이 지날 때마다 매년 6분의 1씩 5년에 걸쳐 총 여섯 번 내면 된다. 나중에 내는 세금에 대해선 이자 성격의 가산금이 있어 연 3.7%의 이자율을 적용한다. 이때도 첫 회에는 아들에게 증여세를 납부할 자금이 없으므로 전 씨가 대신 내야 해 대납에 따른 추가적인 증여세가 발생하나 다음 해부터는 상가에서 나오는 임대료 등으로 자녀가 직접 증여세를 낼 수 있다. 이때 총증여세와 가산금을 합한 금액은 약 1억4500만 원이다. 증여세를 모두 대납해 추가로 증여세를 낼 때보다 2890만 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이처럼 증여세는 많지만 수증자가 현금이 없을 때는 연부연납을 선택해 세금을 한꺼번에 내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한편 대납으로 인한 추가 증여세를 내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