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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드림팀]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

입력 | 2012-01-16 03:00:00

“화상 흉터 제압하라” 수술 첫 단계부터 미용 고려




《 아이들에게 과자와 빵을 자주 만들어주던 주부 서우경(가명·32) 씨는 요리를 하다가 갑자기 일어난 화재로 겉 피부와 안쪽 피부까지 손상당한 3도 화상을 입었다. 왼쪽 팔을 절단했는데 오른쪽 팔꿈치 관절이 노출되면서 절단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양손 모두를 잃어야 하는 상황. 서 씨는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에서 희망을 찾았다. 이곳에서 인공진피와 세포배양 치료를 함께 받았다. 절단을 피하고 노출된 팔꿈치 관절을 보존하게 됐다. 또 수차례에 걸친 피부이식 치료로 지금은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상태가 됐다. 》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팀에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성형외과 교수 6명이 포함돼 있다. 팀을 이끄는 장영철 교수(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는 중증 화상환자의 피부이식을 위해 인공피부 개발 및 세포배양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제공

○ 환자를 고려한 치료에 앞장서

모든 외상에는 흉이 남는다. 하지만 화상 흉터는 어떤 상처보다 크다. 그래서 후유증이 평생 남는다. 서 씨도 흉터로 인해 요리를 평생 못할 뻔했지만 지금은 프라이팬을 잡을 정도가 됐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화상성형센터팀장인 장영철 교수는 “화상 때문에 손발 얼굴이 일그러지고 눈이 뒤집어지며 코도 녹는 환자가 많다”면서 “제대로, 빨리 피부이식을 하면 상태를 덜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화상성형센터에서는 흉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첫 수술부터 미용적인 측면을 고려한다. 이식하는 피부와 이식부위의 피부 색깔을 비슷하게 맞추고 이식피부를 떼어낼 때도 속옷으로 가려지는 엉덩이 부위를 고른다.

피부 이식을 위해 떼어내는 부위가 허벅지나 장딴지라면 환자가 평생 수영복을 못 입을 수 있기 때문. 화상 환자는 수차례에 걸쳐 수술하므로 처음에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이 장 교수의 지론.

장 교수는 “화상 환자는 처음 수술할 때부터 2차 수술을 어떻게 하고 3차 수술은 어떻게 할지 미리 고려한다. 당장의 수술에만 급급하면 환자에게 평생 큰 상처가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센터는 피부이식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중증 화상 환자나 성장기 어린이에게 인공피부 개발과 세포배양 방식을 시도한다.

○ 화상성형 용어를 만들다

화상성형이란 말은 장 교수가 20년 전에 처음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일반 화상치료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두꺼운 피부, 녹은 코 등 화상환자의 모양새가 모두 비슷했다. 화상 치료도 주로 외과 의사가 담당했다. 환자가 움직이고 만질 수 있도록 하는 기능적인 측면 위주로 수술이 이뤄졌다.

화상성형은 접근 방법이 다르다. 녹았던 손가락을 원래 손가락처럼 만들고 화상으로 녹았던 귀와 코도 정상의 상태로 만든다. 성형외과 의사가 필요한 이유다.

센터에는 6명의 성형외과 의사가 분야별로 일한다. 흉터 성형 및 미용 레이저에 최재구 교수, 수부외과와 미세수술에 이종욱 교수, 화상성형 및 재건에 서동국 고장휴 허지연 교수가 있다.

이런 의료진 구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국내에도 내로라하는 화상전문병원이 있지만 화상성형을 위해 성형외과 의사가 참여하는 곳은 없다. 일반 화상외과, 정신건강의학과, 재활의학과도 진료 및 수술을 돕는다. 통증의학과는 통증치료 및 관리에 세심한 신경을 쓴다.

연간 2만5000건의 외래진료 및 2500여 건의 크고 작은 수술을 통해 화상 환자가 새 삶을 다시 찾는다. 하지만 화상성형은 고난도의 수술을 거쳐야 한다. 집중력을 요구하므로 만만치 않은 과정이다. 따라서 사명감 없이는 일을 견디지 못한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50여 명의 성형외과 제자를 배출했지만 이 중에서 2명만이 화상성형을 하고 나머지는 다 개원해 미용성형을 한다”며 “내가 여전히 화상성형 분야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환자들이 나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몽골 출신의 의사 2명이 센터에서 화상성형을 배웠다. 이 중 1명은 몽골에서 화상 환자들을 치료하며 화상성형을 전파하고 있다.

○ 매년 2만∼3만 명이 중화상 흉터로 고생

크고 작은 화상 환자는 국내에서 한 해에만 50만 명에 이른다. 이 중 화상성형이 필요한 환자는 2만∼3만 명이다.

화상성형에서 고난도 기술이 필요한 환자는 소아수부, 안면부화상, 화학화상, 전기화상이다. 이들 중에는 다른 병원에서 고생하다가 이 센터를 찾은 환자가 많다. 처음부터 왔으면 후유증이 덜 했을 가능성이 높다.

장 교수는 “한국처럼 지하철 화재사건, 광산폭발사건 등 재앙에 가까운 사건이 생기는 나라는 드물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화상으로 고생해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회복지재단이 없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사회복지법인 한림화상재단이 2008년 생기면서 몽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의 해외 환자 및 국내 일부 화상 환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의료진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서 지원을 호소하기도 한다. 심장재단에서 지원을 받기도 했다. 화상은 한 번의 수술로 끝나지 않으므로 일회성 지원은 크게 도움이 안 된다.

장 교수는 “재벌 총수들을 만나면 화상 환자를 위한 사회 프로그램은 왜 만들지 않는지를 따지고 싶다”면서 “해마다 2만∼3만 명의 심각한 화상 환자가 생기고 이 중 70%는 우울증에 시달릴 정도로 심각하므로 정부와 기업이 도와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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