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에게 국제 금융자산 교역은 국제 상품교역에 비해 생소하다. 한국이 국제 자본 이동과 국제 금융자산 교역에 대한 본격적인 자유화를 시작한 것은 1990년대이다. 이후 한국의 금융자산 교역은 급격하게 증가하였다. 지난 16년 동안 한국의 외국 금융자산 소유액은 8배 이상 증가했고, 외국의 한국 금융자산 소유액도 7배 이상 증가했다. 금융자산의 교역이 급증하는 현상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고 금융 세계화(financial globalization) 현상이라고 부른다.
외국에 유리한 이상한 투자구조
위기를 겪으며 한국의 정책 당국은 국제 금융자산 거래, 국제 자본 이동의 급증이 한국 경제에 급격한 변동성과 심각한 위기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명확히 인지했다. 위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외환 보유액 축적, 각종 거시 건전성 규제 도입 등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이러한 노력은 적절하였고, 최근의 미국과 유럽 재정 위기상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실제로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한국이 국제 금융자산 거래의 본연의 목적을 어느 정도 달성하였는지 검토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의 국제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적절히 구성되었는지, 즉 한국의 외국 금융자산 매입과 외국의 한국 금융자산 매입이 급증했는데 현재의 상황이 한국이라는 투자자에게 최적의 상황인지, 한국이 수많은 해외 금융자산 중 적재적소에 적정량을 투자하고 있는지, 한국의 금융자산을 적정 수준 매도하였는지, 해외 금융 차입을 적재적소에 사용하고 있는지.
이와 같은 질문들을 많이 해본 적이 없는 한국은 현재 상황이 최적인지 불확실하다. 예를 들어 한국이 매입한 외국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은 외환보유액을 포함하여 채권과 같은 고정 수익을 주는 금융자산인 반면 외국이 매입한 한국의 금융자산의 상당 부분은 주식 등 한국 경제의 성과와 비례하는 지분증권이다. 한국이 위험 기피 성향이 큰 투자자라면 이러한 상황이 정당화될 수도 있으나, 현재의 구조는 한국이 외국에 평균적으로 수익을 지불하는 구조다. 즉, 이자율이 낮은 선진국 채권에 주로 투자한 한국은 고정적이지만 적은 이자만 받을 수 있는 반면 평균적으로 세계 경제 성장률을 상회하는 한국 경제에 지분 투자한 외국인들은 평균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00년대 한국의 경상수지가 대부분 흑자였고, 이런 흑자로 해외 금융자산을 순매수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인 한국의 국제투자 포지션(한국이 매입한 외국 자산과 외국이 매입한 한국 자산의 차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안정성 확보위해 더 노력해야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