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이명박 대통령이 9∼11일 중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이 대통령의 두 번째 국빈방문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 또 중일한(中日韓)이 함께 ‘이란 석유위기’에 직면해 있는 중요한 시기에 이뤄졌다.
이상적이라면 양국은 이런 중요한 변화에 밀접히 소통하고 입장을 조율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동상이몽을 벗어나지 못했다. 중-한 양국은 이번 공동 발표문에서 양국 경제무역의 안정적이면서도 급속한 발전 상황을 대대적으로 소개했다. 또 양국 자유무역협정(FTA)도 추진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북한이란 단어는 없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기본 방침을 아주 원칙적으로 언급했을 뿐이다. 발표문에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고 동북아지역의 장기적인 안정을 실현하는 것이 유관 각국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것을 양국은 거듭 천명한다”고 쓰여 있다. 2008년 5월 이 대통령의 1차 국빈방문 때의 공동 발표문에도 한반도 문제는 모호하고 원칙적으로 표현돼 있다.
이번 공동 발표문에서 ‘한반도의 안정’을 ‘한반도 남북 화해와 통일’ 문제 앞에 뒀다. 양국 모두가 ‘포스트 김정일 시대’의 한반도 안정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중국은 남북한이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으로 화해와 협력을 추진하고 최종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다시 천명한다”고 언급했다. 대화를 통한 관계 개선, 화해와 협력 추진, 평화통일 실현이라고 한 것은 한국이 북한의 ‘정치적 붕괴’를 유도해 ‘흡수통일’을 할지 모른다는 중국의 우려를 보여준다. 김 위원장의 사망은 북한 문제와 한반도 문제를 훨씬 불안정한 상황으로 몰고 갔다. 이런 상황에서 중-한 양국 정상이 여전히 이 문제들에 대한 공동 인식을 갖지 못하고 체계적인 합작체제를 구축하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중-한 관계가 ‘동상이몽’에서 벗어나려면 할 일이 아주 많다. 먼저 한국 사회의 엘리트들은 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과 부정을 멈춰야 한다. 한국은 중국의 현재 한반도 정책이 갖는 합리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상호 이익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의 일치점을 찾아야 한다. 대북정책에서 중-한의 협력을 새로 정립하는 것은 중국도 해야 하지만 한국도 해야 한다.
또 중-한은 대북정책에 대한 공동의 인식 아래 소통과 협조를 통해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 중국의 입장은 북한의 병을 고쳐주려는 것이고 한국은 미국과 가깝게 북한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것이다. 베이징과 서울의 전략적 인식이 이처럼 다르다면 정책의 협조는 불가능하다. 나아가 중-한은 대북정책에서 서로 양보하려고 결심해야 한다. 상대방의 양보만 요구할 수는 없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