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안극 ‘그류? 그류!’ ★★★★
무대를 이탈리아에서 충청도의 한 마을로 바꾼 번안극 ‘그류? 그류!’. 마지막 장면에서 새로 이사온 이웃집 가족사의 진실을 놓고 혼란에 빠진 마을 주민들은 “제발 진실을 말해줘”라며 이구동성의 비명을 지른다. 창작공동체 아르케 제공
제목과 포스터에 실린 초상화는 이 작품이 어떤 얘기를 하려는지 핵심적으로 보여준다. ‘그류? 그류!’는 ‘그래요? 그래요!’를 충청도 사투리로 표기한 것. 내가 보고 생각한 것을 확인하려고 “그렇지요?”라고 물어보자 상대방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것이죠’라고 답변하는 짧은 대화다. 포스터의 초상화는 이탈리아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그림. 부유해 보이는 사내의 초상화인데 거꾸로 놓고 보면 섬뜩한 해골로 보인다.
연극은 자신들의 비극적 가족사를 감추고 있는 한 가족과 그 가족의 사연을 파헤치려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진실이란 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상대적인 것일 뿐’이란 메시지를 던진다. 아울러 ‘이쪽이냐 저쪽이냐’를 반드시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경향성도 신랄하게 풍자한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i: 29일까지 서울 대학로 정보소극장. 1만∼2만 원. 010-8709-28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