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성교육으로 학생들이 인터넷에서 성에 대한 정보를 얻다 보니, 포르노 영상물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에 따라 학교 성폭력과 청소년의 성적 일탈행위가 심각한 상황인데, 이번 조치로 보다 현실적인 성교육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더불어 ‘다산(多産)’을 국가적 과제로 여겼던 조상들의 성교육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인구가 곧 국력이었던 과거에는 왕실에서부터 체계적인 성교육을 실시했는데, 조선시대에는 출산 경험이 있는 보모 상궁이 세자의 성교육을 담당했다. 세자에게 젖을 먹여 기르는 보모상궁을 종1품으로 대우했는데, 매년 받는 연봉이 쌀 60석이었다. 영의정이 쌀 30석에 잡곡 40석을 받았으므로 급여만 놓고 본다면 보모상궁은 영의정보다도 많이 받는 셈이었다. 특별한 대우를 받은 만큼 책임도 막중했는데, 경종이 후사를 두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병으로 죽자, 자연스레 남녀상열지사의 도를 가르쳐주지 못한 죄가 크다 해서 보모상궁이 사약을 받았다.
김재영 퍼스트비뇨기과 원장
예비신부에게는 ‘간지법’과 ‘큰머리치레’라는 풍속을 통해 성교육이 이루어졌다. 간지법은 손마디를 헤아려 임신하기 좋은 날을 파악하는 것이고, ‘큰머리치레’는 성경험이 풍부한 유모나 친척 여인이 부부생활의 은밀한 경험을 전수하는 것이었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들 낳는 비방이었다. ‘부인은 홀수 날에 씨를 받으면 사내아이를 낳고…’등이었다.
우리 옛 조상들의 성교육은 멋과 실용성에서 나무랄 데가 없었다. 성과 관련한 정보와 섹슈얼리티가 넘쳐나면서도 정작 정감 어린 성교육이 전무한 오늘날의 현실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알 것 다 아는 청소년들에게 성을 억누르고 감추기만 할 것이 아니라, 솔직하고 건강한 삶의 문화로서 이해시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하겠다.
김재영 퍼스트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