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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휴~ BMW수리비 물 뻔한 손수레

입력 | 2012-01-18 03:00:00

골목길서 스쳐 뒷문 훼손… 경찰 “손수레는 보행자로 봐”
수백만원 수리비 위기 넘겨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음. 동아일보 DB

폐품을 모아 근근이 먹고사는 노숙인 유모 씨(49). 16일 오후 하루 종일 주운 종이박스와 고물을 바퀴 둘 달린 작은 손수레에 싣고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의 골목길을 지나고 있었다. 혹시 버려진 종이박스가 더 없는지 찾아보던 그의 맞은편으로 마침 BMW 차량 한 대가 다가왔다. 손수레와 대형 승용차가 동시에 지나가기에 골목길은 약간 좁았다. 지나치는 순간 손수레에 실려 있던 종이박스가 차량의 왼쪽 뒷문에 살짝 닿았다.

차량 운전자 이모 씨(46)는 “이 차가 얼마짜리인지 아느냐”며 “뒷문에 자국이 남았으니 보상하라”고 유 씨에게 요구했다. 이 차량은 1억2000만 원 정도로 고급 기능을 모두 갖추면 1억6000만 원에 이른다. 유 씨는 수백만 원을 물어줘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연신 사과했지만 이 씨는 기어이 유 씨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이 씨의 콧대는 경찰 조사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꺾였다. 손수레는 관행적으로 보행자로 규정해 왔고 차량으로 본다 해도 가상 중앙선을 침범한 이 씨의 책임이 더 크다는 것. 경찰 조사에도 주장을 굽히지 않던 이 씨는 자신이 가입한 보험사 직원으로부터 설명을 듣고서야 목청을 낮췄다. 경찰은 “피해라고 볼 게 없어 양쪽 다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김태웅 기자 piba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