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책성 문자’ 17건 남겨
▶ [채널A 영상] 죄책감에 따라 자살한 대전 여고생의 ‘하늘로 보낸 문자’
○ 투신 직전 유서 성격 메모 전달
P 양은 16일 오전 집에 “학교에 간다”고 말하고 나간 뒤 담임교사에게는 “감기가 심하다”며 학교에 가지 않았다. 오전의 행적은 묘연하지만 오후에는 학원에 갔다가 4시경 나온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이때부터 오후 6시까지 평소 친하게 지냈던 J 양 등 친구 2명과 만났고, 헤어질 때 “9시 이후에 읽어 보라”며 쪽지를 전달했다. ‘나 먼저 간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등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이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친구들이 P 양을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P 양은 30분 후 인근 C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로 발견됐다.
어머니와 함께 방문해 심리상담을 요청한 P 양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이달 5일까지 3차례 대전시교육청 산하 Wee(학생위기상담 종합지원서비스)센터에서 상담을 받았다. 상담센터 관계자는 “심리적으로 차츰 안정을 찾아가던 중이었는데 정말 안타깝다”고 했다.
○ 숨진 친구와 카톡으로 ‘천상(天上)대화’
S 양이 숨진 뒤 P 양이 S 양에게 보낸 카카오톡(카톡·스마트폰 메신저) 메시지에는 목숨을 끊은 친구에 대한 애절한 마음이 절절히 담겨 있다. P 양은 지난해 12월 7일 오후 8시 48분 “보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12일까지 모두 17차례의 메시지를 ‘천상의 친구’에게 날려 보냈다.
“S야 눈 왔었어.”(9일 오후 3시 27분)
“위에서 보고 있었지? 위에서 보면 더 이쁘겠당.”(9일 오후 3시 28분)
“낼 시험이당.”
“아 진짜 공부 안 해서 어쩌지ㅠㅠ.”
“나 응원해조!!ㅎㅎ.”(12일 오후 10시 43분)
한 번은 답장이 왔다. 딸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던 S 양의 어머니가 보다 못해 보낸 글이었다.
자식을 떠나보낸 P 양의 부모도 딸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었다. 그래서 17일 “딸을 자살이 아닌 자퇴나 전학으로 처리해 달라”고 학교 측에 요구했다. 빈소를 차리지 않고 발인은 17일 진행하되 시간과 장소를 알리지 않기로 했다.
○ D여고는 공황 상태
17일 오전 D여고는 두 학생의 죽음으로 공황 상태에 빠졌다. 방과후 학습을 위해 등굣길에 오르는 아이들의 표정은 얼어붙어 있었고 학교 측은 침통한 분위기 속에 또 다른 희생자를 막기 위한 대책회의에 분주했다.
S 양 자살 이후 경찰의 ‘왕따’ 조사는 3번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해 12월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일방적인 왕따는 없었다”는 결론이 난 뒤 S 양 유족의 재조사 요구로 이달 3∼6일 2차 조사가 시작되면서 학교는 크게 동요했다. 경찰은 S 양 유족이 왕따 가해자로 지목했거나 S 양과 친분이 깊었다고 지목한 학우 등 12명을 조사했다. 학교 관계자는 “P 양은 조사 받을 수 없다고 거부하다가 마지막 날인 6일 조사에 응했다”고 전했다. 여경이 학교 도서실로 찾아오면 학부모와 같이 조사를 받았지만 조사 받는 학생들은 자신들에 대한 누리꾼의 인터넷 신상털기까지 겹쳐 불안감과 자괴감을 호소했다. 이달 9∼13일에는 12명을 제외한 나머지 학우에 대해 전화로 당시의 정황을 묻는 3번째 조사가 이뤄졌다. 17일 학교의 방과후 학습에는 조사 대상자 11명(12명 가운데 P 양 제외) 가운데 6명이 불참했다.
S 양 유족의 문제 제기로 왕따 수사를 벌여온 대전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조사를 벌였지만 유족이 제기한 일방적인 왕따와 가혹행위 폭력행위 갈취 등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며 “조만간 유족에게 충분히 설명한 뒤 수사를 종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D여고 관계자는 “S 양 유족 일부가 학교에서 왕따가 자행된 것처럼 단정적으로 주장하는 바람에 경찰 조사가 계속되면서 학생들의 정신적 압박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