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국민에게 공천권 돌려줘야” vs 韓 “우린 이미 모바일 투표”
女-女 여야대표 첫 회동… 웃으며 신경전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17일 취임 인사차 국회 비대위원장실을 방문한 민주통합당 한명숙 신임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개방형 국민경선제도 도입에 공감한 두 사람은 회동 내내 웃으며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한 대표가 BBK 문제를 화제에 올리자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들은 “정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자”며 의기투합을 한 뒤 곧바로 공천 문제를 화제로 올렸다. 박 위원장은 “공천을 힘 있는 몇 사람이 해서는 안 된다.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개방형 국민경선제 도입 의사를 밝혔다. 이에 한 대표는 “한나라당의 결정이 반갑다.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완전 국민참여 경선으로 공천혁명을 이뤄내겠다”며 “저희는 (당 대표 선출에서) 모바일 투표를 실시했다. 공천할 때도 모바일 선거를 할 예정”이라고 화답했다. 민주당은 벌써 국민참여 경선을 실시하고 있다는 점을 은근히 내세운 것이다.
▶[채널A 영상] 다정한 덕담 속 팽팽한 긴장감…朴-韓 첫 회동 현장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BBK 문제가 화제에 오르면서 잠시 냉랭해졌다. 한 대표는 “지금 정봉주 씨가 감옥에 있다”며 “소위 정봉주법(공직선거법)이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있는데 2월 국회에서 해결됐으면 한다”고 한나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박 위원장은 “검토해 보겠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회동 뒤에는 장외 신경전이 이어졌다. 한나라당에서는 “한 대표가 서류봉투까지 갖고 오는 등 준비를 많이 했더라”면서도 “박 위원장이 국민경선 얘기를 하는 도중에 한 대표가 말을 자른 것은 예의 문제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부잣집에 갔더니 물 한 잔 안 주더라”고 꼬집었다.
한편 한 대표는 이날 국회 당 대표실을 찾은 김효재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에게 “(뇌물수수 혐의로) 너무 검찰에서 시달림을 받았다. 김 수석도 (돈봉투 문제로) 여러 가지로 힘들겠다”며 가시 돋친 말을 건넸다. 김 수석은 “글쎄요. 저는 힘든 것은 별로 없다. (박희태 국회의장 캠프에서) 특별한 역할이 없었다.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동영상=박근혜-한명숙 첫 회동 “정봉주법 합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