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선 “30% 정도”… 아인혼, 외교-지경-재정부 돌며 제재 동참 압박
아인혼 “이란-北 상황 연관돼 있다”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이란·북한제재조정관(왼쪽)이 17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김재신 외교부 차관보와 한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미국 파트너, 이란 원유 수입 줄여야”
아인혼 조정관은 이날 오전 외교통상부에서 김재신 외교부 차관보와 만나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 제재 동참을 공식 요구했다. 그는 “이란 상황의 진전을 통해 우리가 다른 문제(북핵)의 진전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한미 양국이 이란 문제 해결에 협력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 문제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라고도 했다.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가 이날 면담에 동석한 것도 미국 측의 압박 수위를 가늠케 했다. 그는 2006∼2007년 재무부 부차관보로 있으면서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 제재로 북한의 금융거래를 막아 ‘피가 마르는 고통’을 안긴 주역이다.
이에 김 차관보는 이란 핵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이를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그는 “급격한 조치를 취할 경우 국제 석유시장의 안정이 깨지고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 이란산 원유 감축 규모가 관건
아인혼 조정관 일행은 이날 오후 기획재정부와 지식경제부 관계자들도 만났다. 미국 측은 이 자리에서도 “우방국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한 조정을 거쳐 단계적 방법으로 제재를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면담에 배석했던 정부 당국자는 “아인혼 조정관이 이란산 원유 수입 감축 규모에 대해 구체적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나라마다 석유 수급 상황이 달라 일률적으로 한 가지 잣대를 적용할 수 없고 각국 상황을 보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당국자는 “한국은 북핵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고 핵안보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나라가 아니냐”며 “우리가 할 만한 노력은 어느 정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국방수권법 발효 이후 60일 안에 국제원유 상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90일 안에 제재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이 과정을 거쳐 180일이 지나면 본격적인 제재 이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이때까지 미국과 협의를 계속하면서 법 적용의 예외를 인정받기 위한 이란산 원유 감축의 구체적 규모와 시기를 정해 나갈 방침이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