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총제 주무 장관들의 논의 정치권에서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 제도의 주무부처 수장인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왼쪽) 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15일 출범한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연일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을 근본부터 부정하는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선거를 의식한 한나라당 일각에서도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MB노믹스’ 뒤집기가 대선 전이라도 현실화될 개연성이 높은 상황이다. 대기업들은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며 바짝 긴장하고 있다.
○ 출총제 부활 카드로 대기업 압박
한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1% 소수를 위한 성장 지상주의와 시장 만능주의가 만들어낸 양극화의 상처를 보듬어 안겠다”며 대표 선거 기간 중 제시한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등 각종 재벌 개혁 정책 추진 의지를 확인했다. 민주통합당은 4월 총선을 거쳐 19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될 경우 즉시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 개정에 착수해 핵심 대기업 정책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의 전신인 민주당의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상위 10대 재벌기업을 대상으로 출총제를 부활한다’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담당 정부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난감한 표정이다. 현 정부가 기업 투자환경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2009년 출총제를 폐지하긴 했지만, 그에 앞서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기업이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며 출총제의 대폭 완화를 실행한 것은 노무현 정부(2007년)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 내 ‘물량 몰아주기’ 등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출총제 부활보다) 기업의 공시(公示) 등을 강화해 사후적으로 감시하고 관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관계자는 “출총제 부활 주장은 유권자들에게 상징적으로 ‘대기업을 때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주장했다.
○ ‘반(反)MB노믹스’ 정책 줄줄이 대기
대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는 것은 오히려 법인세율 인상과 관련한 부분이다. 현재 과세표준 200억 원 이상인 기업에 매겨지는 법인세 최고세율 22%를 인상하겠다는 것이 민주통합당 지도부의 복안이다. 과표 100억 원 초과∼1000억 원 구간과 1000억 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어 각각 25%, 30%의 세율을 적용해 대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거둬 복지정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금산(金産)분리 완화도 불투명해졌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 본회의에 가기 직전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걸려 있다. 금융산업, 비(非)제조업 간에 과도하게 벽을 세워 기업의 투자, 경영활동을 제약한다는 이유로 현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왔지만 현재 국회 분위기로는 통과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본회의에서 기습적으로 인상된 최고소득구간 소득세율(38%)을 40%까지 인상한다는 민주당 지도부의 ‘부자 증세’ 방안도 소득세 감세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제고한다는 현 정부 정책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 출자총액제한제도 ::
공정거래법이 정한 특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순자산의 일정 비율을 초과해 국내 다른 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로 1987년 처음 도입됐다. 1998년 2월 폐지→2001년 4월 부활→2007년 4월 완화→현 정부 들어 2009년 3월 다시 폐지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