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권 한국극지연구위원장 국제북극과학위원회 부회장
산타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잘 알려진 이곳은 전 국토의 80% 이상이 빙하로 덮여 있는 ‘얼음의 나라’다. 2009년 덴마크에서 분리돼 자치정부를 수립한 그린란드는 면적이 한반도의 10배에 해당하는 약 220만 km²인 큰 섬이다. 현재 지표면이 노출돼 경작할 수 있는 지역은 약 4만 km²로 추산되지만 해빙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지표면의 노출 범위 역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새로운 광물자원이 발견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그린란드에는 광물자원 외에 석유와 가스도 풍부하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그린란드 영해에 미국 석유 매장량의 2배 정도인 480억 배럴의 석유가 매장돼 있을 것으로 2009년 분석했다. 그린란드가 이제는 ‘불모지’가 아니라 ‘유용한 땅’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린란드 정부가 국가 발전을 위해 광물자원 개발에 적극적인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우리가 이곳에 관심을 가져야 할 중요한 이유다. 그린란드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광물 탐사와 개발을 위한 허가 신청 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탐사 대상 광물도 금에서 다이아몬드, 구리, 아연, 나이오븀, 몰리브덴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희토류 광물자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우리나라도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한 자원외교의 폭을 넓혀 자원의 땅 그린란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선 그린란드의 지질 정보를 수집하고 국제적인 동향을 파악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는 그린란드 정부와의 관계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한-그린란드 친선협회를 만드는 방안 혹은 양국 국회의원의 교류 등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우리나라의 극지 전문기관인 한국해양연구원 부설 극지연구소나 지질자원연구원, 광물자원 관련 기관의 전문가들이 그린란드 현지에 가서 현황을 파악하는 일도 시작해야 한다. 이미 우리 눈앞에는 ‘북극 대전(大戰)’으로 표현될 만큼 북극 지역의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우리도 ‘북극 대전’에 합류하기 위해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박병권 한국극지연구위원장 국제북극과학위원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