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양형섭 AP 인터뷰서 밝혀… “김정은, 中 등 경제개혁 사례 연구중”
지금까지 북한 고위 당국자가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를 포함해 공식석상에서 다른 나라의 경제개혁을 언급한 것은 전례가 없다. 김정일 정권하에서는 북한 관료들이 공식석상에서 개혁이나 개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금기시돼 왔다. 특히 외국 기자들에게 개혁이나 개방에 대해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북한의 대외선전 인터넷 매체 ‘우리민족끼리’에 따르면 김정일은 김일성 주석 사후인 1996년 2월 “나에게서 그 어떤 변화를 바라지 말라”고 발언해 개혁개방에 대한 일각의 희망을 눌러버렸다. 김정일은 이듬해 9월에도 간부들에게 “우리는 절대로 개혁 바람에 기웃거려서는 안 된다. 내가 있는 한 절대로 개혁개방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이것이 나의 확고한 결심이다”고 하는 등 여러 차례 개혁개방에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김정일 사망 후 올 초부터 미세한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올 초 북한 실세 장성택 노동당 부장의 매형인 전영진이 공기업 민영화 등 개혁조치를 성공적으로 추진 중인 쿠바에 대사로 파견됐다. 장 부장의 핵심 측근인 이광근 전 무역상도 북한의 해외투자 유치 창구인 북한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김정일 사망 후 북한 고위관리로서는 처음으로 외신과 만난 양 부위원장이 개혁을 언급한 것은 북한이 현재의 절박한 경제상황을 탈출할 유일한 방도가 개혁밖에 없음을 시인하고 외부 세계에 변화 의사를 내비친 것이라고 풀이된다.
김일성의 고종사촌 매제로 김정은과는 먼 인척 사이인 양 부위원장은 2010년 10월 AP의 영상부문 계열사인 APTN과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새 지도자가 될 것이라고 정부 관리로는 처음으로 공식 확인하는 등 사실상 북한 정권의 대변인 역할을 해왔다. 헌법상으로 국가 부수반 격인 양 부위원장은 김정일 사망 이후 발표된 장의위원 명단에선 서열 10위에 올랐다. 해외 언론과 접촉해온 북한 고위급 인사로는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앞서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은 12일 북한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을 ‘영 보이(Young Boy)’라고 지칭하며 “북한이 내부 신뢰 구축을 위해 도발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