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전 피해지역 인근 3곳서 ‘우정-연대 전시회’ 논란
헤라르트 판옵스탈의 ‘에로스로 연결된 삼미신’. 사진 출처 라트리뷘드라르
루브르 박물관은 4월 27일부터 9월 17일까지 후쿠시마, 센다이, 이와테 현 등 3개 도시에서 ‘만남, 사랑, 우정, 연대’라는 주제로 루브르 소장품 특별전시회를 연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메세나 기업이 후원하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18세기 로코코 미술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화가 프랑수아 부셰의 ‘사랑의 삼미신(三美神)’, 18세기 프랑스 신고전주의 화가 프랑수아앙드레 뱅상의 ‘세 남자의 초상’, 16세기 플랑드르 지역의 태피스트리(색실로 짜넣은 그림), 고대 이집트 조각상 ‘이시스 여신상’ 등 23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문제는 전시 지역이 지난해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원전사고 지점에서 불과 70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는 점. 프랑스의 문화예술계와 원자력 전문가들은 루브르 박물관의 보물과 동행하는 전시인력이 방사능 오염에 안전하지 않다며 반대하고 나섰다.
루브르 박물관 측은 “후쿠시마 미술관 내부의 방사능 오염정도는 시간당 0.06마이크로시버트로 파리의 박물관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또 전시품은 유리로 된 격자보호상자에 담아 운송해 전시장 내부에서만 공개할 것이며, 외부의 대기 중에 절대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랑스의 롤랑 데보르드 방사능오염정보연구협회 회장은 “건물 내부는 괜찮다 하더라도 방사능은 후쿠시마 전역에 퍼져 있다”며 “기상조건에 따라 시골에 있던 방사능이 도심으로 들어올 수도 있고, 관람객을 통해 유입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유리처럼 매끈매끈한 표면에 붙은 방사능은 쉽게 제거할 수 있지만, 구멍이 많은 돌은 표면을 긁어내야 완전한 제거가 가능하다”며 “16세기 플랑드르의 태피스트리나 회화 작품이 오염될 경우 IRSN의 권고에 따라 ‘정기적으로’ 진공청소를 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디디에 리크네 라트리뷘드라르지 편집장은 “재난지역 주민들을 위로하는 역할을 왜 루브르가 소장품 전시회를 통해 해야 하는가”라고 물었다. 아이티 대지진 때 루브르는 소장품 전시회가 아닌 아이티 박물관 재건을 돕는 방식으로 도움을 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는 “왜 전 세계 재난 지역과 이라크전쟁으로 피폐한 바그다드엔 소장품을 보내지 않는가”라며 일본 전시 계획을 비판했다.
이번 전시회의 총책임자인 장뤼크 마르티네즈 씨는 “일본 기업은 루브르 박물관 보수공사에 많은 메세나 후원을 해왔으며, 일본 관람객은 루브르의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열성적 고객”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특별한 선례’가 될 이번 전시에 대한 논쟁은 4월 실제 행사가 시작될 때까지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