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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순덕]칭찬의 역효과

입력 | 2012-01-18 20:00:00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의 칭찬이 구설수에 올랐다. 김 위원은 10일 민주통합당 소속 최재천 전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17대 국회에서 함께하면서 미래가 보이는 정치인이라고 느꼈다”고 덕담을 했다. 그제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는 김 위원이 야당의 예비후보에게 공개적으로 칭찬을 하는 것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최 전 의원과 지역구가 같은 진수희 의원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만하다.

▷10년 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국내 출간된 이래 칭찬의 효과를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잘한 점을 구체적으로 칭찬하라’ ‘결과보다 과정을 칭찬하라’ ‘일이 안 풀릴 때 더 격려하라’ 같은 삶에 보탬이 되는 내용이 많다. 특히 요즘은 처벌 대신 칭찬을 강조하는 교육론이 세를 얻는 추세다. 하지만 냉정한 평가가 필요할 때 칭찬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부를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심리학자인 캐럴 드웩 교수는 “자부심을 주기 위해 하는 칭찬은 역효과를 부른다”고 경고했다. 듣는 사람이 정말 잘난 줄 알게 돼 결과적으로 더 진보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워싱턴 교육감을 지낸 미셸 리는 최근 “미국에선 아이들을 기분 좋게 해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빠져 있다”며 이 때문에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실력을 키우지 못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어른에게 하는 칭찬을 좋은 말로 덕담, 솔직한 말로는 아부라고 한다. 할 말은 안 하고 칭찬만 늘어놓는 아랫사람은 윗사람의 눈과 귀를 가리는 간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칭찬을 별로 안 하는 경영자로 꼽힌다. 작년엔 한국경제에 대해 “낙제점은 면했다”고 말했다가 구설이 일자 삼성 측은 “늘 위기를 강조해온 이 회장 화법에 따르면 이 말은 ‘괜찮은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애플의 삼성전자 제소를 ‘최고의 칭찬’이라고 할 만큼 삼성이 발전한 것도 칭찬과 자만을 경계한 덕일 수 있다. 김 위원의 후한 칭찬에 대해 민주당에선 “김 위원이 원려심모(遠慮深謀)가 있으신 분이라 한나라당에 가서 민주당 집권을 돕고 있다”며 비아냥거렸다. 칭찬도 장소와 때를 가려서 해야 보약이 된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