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들이 사료값을 댈 수 없어 굶는 소들이 늘어나고, ‘1만 원짜리 송아지’까지 등장하는 등 소값이 폭락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소가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국내 소는 크게 한우와 젖소로 나뉘는데 1만 원에 내놔도 안 팔리는 소는 수컷 젖소 송아지다. 한우 송아지는 암수를 불문하고 80만∼140만 원 선에 거래된다. 원유(原乳)를 생산하는 암컷 젖소는 몸값이 더 높다. 구제역 이후에는 더 귀해져 아예 시장에 매물로 나오지도 않을 정도다.
▶[채널A 영상] “키워봐야 손해…사료가 소를 먹을 지경” 집안 보물이 애물단지로
○ 수컷 젖소, 태어날 때부터 ‘아웃’
요즘 축산업계에서 수컷 젖소는 ‘밥값도 못하는’ 애물단지다. 송아지도, 성우(成牛)도 인기가 없다. 수컷 젖소는 암컷과 달리 젖소의 본분이라 할 수 있는 우유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기조차 헐값에 거래된다.
17일 현재 600kg짜리 한우 한 마리가 도축시장에서 평균 537만 원에 거래된 데 반해 같은 무게의 젖소 시세는 절반도 안 되는 288만 원이다. ‘육우 고기는 오랫동안 우유를 생산한 암컷 젖소의 질 낮은 고기’라는 국내 소비자의 고정관념 때문이다. 축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설상가상으로 젖소는 자랄 때 한우보다 사료를 더 먹는다”며 “수컷 젖소는 말 그대로 밥만 축내는 골칫거리인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성 감별 정액이 지나치게 많이 보급되면 암컷 젖소가 폭증해 원유값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이양호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성 감별 정액은 시장을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보급돼야 한다”며 “연간 산유량이 일반 젖소보다 많은 고(高)능력 소에게 집중 보급해 우성 젖소를 확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육우 고기 편견 깨는 게 급선무
정부는 한우 고기와 달리 마땅한 유통채널조차 없는 육우 고기 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육우 전용 판매채널을 만드는 안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육우 고기에 대한 소비자의 편견이 워낙 강해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권 정책관은 “수컷 젖소를 도축한 육우 고기는 수입 쇠고기와 비할 수 없을 정도로 맛과 질이 좋다”며 “육우 고기를 저평가하는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