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용산구청 6층 건설관리과에 특수임무유공자회(HID) 회원들이 자신들이 설치한 의류수거함을 철거하는 데 항의하며 집기를 부수고 화분을 던지며 난동을 부리고 있다. 최근 의류수거함이 각종 단체들의 수익사업에 활용되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겨나 부작용을 낳고 있다. 용산구청 제공
○ 선의로 시작됐지만…
수거함을 통해 거둔 옷으로 수거 단체가 소액이나마 이익을 얻기도 했다. 옷을 얻어 입는 어려운 처지의 주민에게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이랬던 수거함이 논란이 되는 것은 관리 규정이 없는 데다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헌 옷 판매로 얻는 이익이 적지 않다고 보는 사람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18일 현재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수거함 실태를 파악 중인 11개 자치구에서만 최소 1만3000개 이상의 의류수거함이 도로에 놓여 있다. HID는 지난해 12월 용산 지역에만 약 500개의 의류수거함을 설치했을 정도로 수거함 수는 빠르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단체에서는 명의만 빌려 주고 사용료 명목으로 돈을 받기도 한다. 앉아서 명의 장사를 하고 돈을 버는 셈이다. 의류수거함을 설치해 운영하는 업자들은 단체에 매달 10만∼30만 원씩 명의 사용료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실제로 성북구장애인단체연합회는 “얼마 전까지 의류수거함을 설치했는데, 당시 단체에서 개인에게 한 달에 10만 원씩 받고 명의를 쓰도록 해줬다”고 밝혔다.
○ 불경기 속 수거함 도난까지 속출
여기에 절도 등 각종 범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17년째 의류수거함 사업을 하고 있는 최모 씨(45)는 “의류수거함을 설치하면 100개 중 20개는 사라진다”고 말했다. 철제로 만들어진 수거함이 고철 시장에서 11만 원 정도에 거래되기 때문에 절도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수거함의 헌 옷도 범죄 표적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일대를 돌며 의류수거함 51개를 훔친 뒤 이 가운데 쓸 만한 옷을 찾아 인터넷 쇼핑몰에 판 일당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온갖 단체와 사업자가 들러붙어 수거함 설치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수거함은 대부분 불법이다. 아파트 단지 등 사유지에 있는 것은 괜찮지만 도로에 있는 수거함은 도로법 38조의 ‘허가받지 않은 시설물’에 해당돼 과태료를 부과하고 철거해야 할 대상이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