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 ‘묻지마 투자’가 금융탐욕 키웠죠”
‘20년 증권맨’ 출신의 소설가 우영창 씨는 “탐욕의 금융은 결국 개인투자자의 과도한 욕심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탐욕스러운 금융권에 맞서는 내용의 장편소설 ‘더 월(The Wall)’을 쓴 작가 우영창 씨(56)의 말이다. 이 소설은 지난해 미국의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전 세계로 퍼져나간 가운데 출간됐다. 우 씨는 20년 넘게 증권사에서 일한 경험을 소설에 담아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증권사에서 일할 때 파생상품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며 “당시 개인투자자에게는 위험성이 너무 크다고 느껴 소설로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1981년 당시 ‘증권사관학교’로 불리던 동서증권에 입사했다. 이후 2002년 회사를 나올 때까지 조사부(현 리서치센터)부터 영업점 지점장까지 두루 경험했다. 그는 증권사에 있을 때에도 보수적인 투자를 선호했다. 그는 “증권사에 있으면서 투자한 업체가 단 한 번도 부도를 맞은 적이 없었다”며 “다른 사람들은 저가주만 찾지만 나는 회사가 좋다면 최고가 주식이라도 투자했다”고 말했다. 고수익을 노리고 테마주나 저가주에 투자하다 보면 몇 번은 성공할지 몰라도 결국 꼭 한 번은 크게 손해보고 그동안 벌어놓은 거 다 까먹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소설이 한때 증권인으로서의 자기반성이냐는 질문에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개인들이 ‘대박’만을 꿈꾸며 도박에 가까운 주식 투자를 많이 하는 점은 안타까워했다. 그는 “최근 젊은이들이 취직도 안 되고 희망이 없다 보니 주식에 모든 걸 건다”며 “집착하면 할수록 거대한 금융의 탐욕에 결국 모든 걸 뺏겨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우 씨는 주식시장의 순기능이나 개인들의 투자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개인 성향에 맞게 원칙을 세워 움직이고 장기 투자를 하라고 권했다. 그는 “과도한 관심은 금물이다. 은행에 정기예금을 넣어두는 것처럼 투자 후에는 잊고 사는 게 돈 버는 것이다”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