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객원논설위원·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조기 과열양상 보이는 선거운동
최근 정치권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선거의 과열과 혼탁에 대한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든다. 여당은 거듭되는 악재들을 털어내기 위해 당명 개정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들고 나오는 상황이다. 야당 또한 내부의 문제점들을 봉합하면서 통합 과정을 통해 세력을 키우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드러났던 국민의 정당 불신이 계속될 경우 올해 총선과 대선의 향방을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인터넷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공직선거법 규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진 데 이어 국회의 법개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선관위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로써 사전선거운동 금지는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 되었다. 온라인 선거운동이 활성화하면 오프라인 선거운동에 대해서만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난센스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대인의 생활방식을 고려할 때 선거운동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온라인 선거운동을 폭넓게 허용하는 새로운 변화는 미래지향적인 것으로 평가될 수 있으며 나름의 장점 또한 많다. 국민의 선거 내지 투표 참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고, 활용하기에 따라선 선거운동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충분한 사전 준비 없이 변화를 추구하면 뜻하지 않은 대가를 치러야 할 경우도 적지 않다.
온라인 운동도 합리적 기준 필요
과연 온라인 선거운동은 오프라인 선거운동과는 달리 사전선거운동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지 않은 것일까? 정말로 온라인 선거운동은 선거운동의 과열과 혼탁을 낳지 않을까? 온라인 선거운동은 당연히 돈이 안 드는 걸까? 온라인 매체의 파급효과와 익명성 등으로 인한 문제점은 없을까?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돼 있을까?
다양한 유권자층의 기호에 맞춰 호소력 있는 광고문구와 화면, 동영상을 만들 것이고, 후보자들은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전달 내지 노출시키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분야의 전문 인력이 동원될 수 있다. 결국 후보자 개인의 능력과 노력보다는 화려한 문구와 영상으로 포장된 후보자들의 이미지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강렬하게 전달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무조건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미디어 선거운동에서 방송광고보다는 TV토론이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에 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처럼 온라인 선거운동 또한 무제한적으로 후보자에게 맡길 것이 아니라 그 내용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인터넷과 SNS의 정보전달력 내지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그 기준은 오프라인의 기준과는 달라야 한다.
온라인 선거운동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 소요되는 비용은 어느 정도로 예측되며 이를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 흑색선전이나 인신공격, 기타 부정확한 정보에 대한 효과적인 통제수단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온라인 선거운동을 상시 허용하는 것은 과연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예의 주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대안 마련 또한 서둘러야 한다.
모든 준비를 갖춘 후에 비로소 새로운 변화를 수용하는 것은 늦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비책은 늦게라도 항상 필요한 것이다. 어쩌면 바로 지금이 선거운동의 과열과 혼탁을 막기 위해 대비책을 마련할 적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