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국가 부도를 막고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그리스 정부와 민간 채권자들이 벌이는 막바지 협상이 일부 헤지펀드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 헤지펀드는 소수의 고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사모펀드를 조성한 뒤 주식 채권 외화 등 각종 파생금융에 고위험 고수익 투자를 하는 자본을 말한다.
그리스와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지난해 10월 27일 2차 구제금융 제공 협상을 타결하면서 민간 채권단의 손실분담률(PSI)을 50%로 하기로 합의했다. 그리스 은행들(500억 유로), 다른 유럽 은행들(400억 유로), 그리스 사회보장펀드(300억 달러), 유럽의 사회보장회사(150억 유로) 등 민간 채권자들도 이를 감수하기로 했다. 채권의 50%만 받겠다는 것이다.
민간 채권자들은 가지고 있는 채권의 액면가를 50%로 깎은 새 채권(쿠폰)을 받고 상환 만기는 20∼30년으로 연장하며 금리는 아직 협상 중이지만 4∼5%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민간 채권단의 총손실 규모는 68%에 이른다.
그런데 그리스 국채 중 약 500억 유로를 보유한 몇 개의 헤지펀드는 높은 금리의 보상을 하지 않으면 탕감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다. 자신들은 일절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심사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악화시켰던 헤지펀드들이 또다시 유럽 경제위기를 악화시키는 행태를 보이는 것이다.
민간 채권단을 대표해 그리스 정부와 채무 탕감 협상을 벌이는 국제금융협회(IIF) 관계자는 채무 삭감에 참여하는 채권자가 일정 수가 되면 헤지펀드 등 일부가 참가하지 않아도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헤지펀드들은 손실을 보지 않고 다른 채권자들이 손실을 감내하면서 유지시킨 채권 가격으로 만기가 되면 자신들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이 헤지펀드들은 그리스 위기로 채권 가격이 폭락했을 때 매입한 것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국채 가격이 폭락했을 때 사서 큰 이윤(fat profit)을 남기려는 헤지펀드의 탐욕이 그리스 구제를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자룡 국제부 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