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UCI 최용기 박사팀 ‘사이언스’에 밝혀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주립대(UCI) 물리학과 최용기 박사(사진)팀은 탄소나노튜브(CNT) 위에 세균을 잡아먹는 ‘라이소자임’ 분자 하나를 올려놓고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라이소자임은 콧물, 눈물, 침 등에 존재하는 효소로 외부에서 몸속으로 침투하는 병균이나 박테리아를 잘게 부순다. 자기보다 큰 병균도 순식간에 분해한다. 문제는 라이소자임의 움직임이 빠르고 크기도 작아 관찰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보통 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하기 위해서는 빛을 이용한다. 하지만 광학 현미경으로는 분자가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다. 1분 이상 관찰하기도 힘들어 분자의 연속 변화를 볼 수 없다. 이에 비해 최 박사팀이 개발한 방법은 10분 이상 연속 관찰이 가능하고 분자의 움직임을 10억분의 1초 단위까지 볼 수 있다.
가만히 있던 라이소자임에 박테리아를 공급하자 초당 15번의 속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박테리아의 외벽을 분해했다. 라이소자임에 또 다른 종류의 박테리아를 공급하자, 1초에 300번씩 움직이며 박테리아를 잡았다 놓는 행동을 반복했다. 새로운 종류의 박테리아를 분해하기 쉽도록 위치를 돌려놓는 과정이다. 최 박사는 “전자회로 기술과 분자 생물학을 융합해 단일 분자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질병 예방 및 암 연구 등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20일자에 실렸다.
원호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won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