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닥은 롤필름 컬러필름 코닥카메라와 같은 독보적 기술 개발을 주도해 ‘필름 제국’으로 우뚝 섰다. 1970년대 미국 필름 시장의 90%, 카메라 시장의 85%를 점유했고 14만 명이 넘는 직원을 고용했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디지털 대세(大勢)’를 간과했다가 치명타를 맞았다. 1975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고도 세계 시장의 3분의 2를 장악한 필름사업에 안주(安住)했다. 눈앞의 달콤한 수익에 탐닉할 때 소니 등이 ‘디카’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한때 100달러에 육박하던 코닥 주가는 엄청난 적자가 누적되면서 1달러 아래로 추락한 지 오래다.
▷코닥의 반대편에 IBM과 애플이 있다. 컴퓨터업계의 선두주자이던 IBM은 후발업체들이 맹렬하게 추격하자 1990년대 이후 범용PC에서 과감하게 손을 떼고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설계 등을 특화해 세계 정상의 통합 솔루션 기업으로 변신했다. 애플은 IBM HP 등에 밀려 PC 시장에선 재미를 못 봤으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연타석 홈런을 쳤다.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을 추구하며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를 강조한 스티브 잡스의 창조적 혁신 덕분이다.
이형삼 논설위원 h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