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 양형委 설문조사
대법원 양형위원회(위원장 이기수)가 만 19∼6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61명(26.1%)은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강간범죄’를 살인 범죄보다 엄중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둘 다 똑같은 양형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응답도 380명(38%)이나 돼 3명 중 2명은 어린이 대상 강간을 살인에 준하거나 그 이상의 중죄로 인식했다.
반면 판사, 검사, 형법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양형 전문가단(908명)은 ‘살인이 더 높게 처벌받아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554명(61.1%)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도가니 사건’ 등을 통해 13세 미만 어린이 대상 강간범에 대해 엄벌해야 한다는 국민감정과 양형 전문가 사이에 상당한 인식차가 있음이 확인된 셈이다.
또 국민 582명(58.2%)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답했다. 양형 전문가 742명(81.8%)이 ‘집행유예가 적정하다’고 응답한 것과 대조적이다. 최형표 양형위 운영지원단장은 “성범죄에 있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한 경우 전문가들은 이를 반영해 형량이 급격히 낮아지는 것과 달리 일반 국민은 여전히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며 “합의 여부를 양형에 반영하는 정도에서 일반 국민과 전문가단 간에 상당한 인식 차이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의붓아버지의 딸 성폭행 같은 친족관계 강간에 대해서도 국민 486명(48.6%)이 징역 7년 이상 실형을 선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지만 양형 전문가단은 382명(42.1%)이 징역 2년에서 3년 6개월 이하 실형이 적정하다고 응답했다.
살인 뇌물 위증 등 다른 범죄에 대해서는 일반인과 전문가단 사이에 큰 인식 차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