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뮤지컬 ‘비틀깨비’는 ‘소리로 세상을 바꾸는 도깨비밴드의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소리로 세상을 구하거나 바꾸는 거창한 작업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소리로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작품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공연을 보는 내내 아이들이 깨알같은 재미를 누리는 모습을 충분히 볼 수 있었으니까요.
하여튼 내용은 대략 이렇습니다.
멀고 먼(얼마나 먼지는 모릅니다), 아주 옛날(얼마나 오래되었는지도 모릅니다)에 도깨비나라에 살고 있는 도깨비밴드 ‘비틀깨비’.
조상들이 못된 짓을 하다 산신령에게 도깨비 방망이를 빼앗겨 버린 이후 비틀깨비들은 세상 곳곳의 소리를 모아다 꽃들에게 들려주며 꽃을 키우는 일이 주요 일과였지요.
그러던 어느 날 비틀깨비들은 평생 들어도 없어지지 않을 만큼 소리가 가득하다는 소리산의 전설을 듣고 무작정 찾아갔다가 소리산의 정령들에게 된통 당하고 맙니다.
비틀깨비 다섯 캐릭터도 매력이 있습니다.
꽃을 사랑하는 대장 도깨비이자 유일하게 노안인(하하하!) ‘꽃깨비(김우석 분), 먹보 도깨비(바닷물을 몽땅 마셔버릴 정도의 대식가죠) ‘먹깨비(박상민 분)’, 똑똑한 척하지만 은근히 허당인 ‘똑깨비(설혜선 분)’, 소리를 모아오는 일을 좋아하지만 천성이 게으른 ‘잠깨비(양효윤 분)’, 방귀쟁이 도깨비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뿡깨비(박상연 분)’가 나오지요.
하나같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들을 모아 놓은 느낌입니다. 한 마디로 ‘애들을 아는’ 작품이란 얘기죠.
거대한 천이 출렁이는 바다장면, 귓밥빵 파티 장면에서 아이들은 무대 위로 뛰어올라가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음악감독 신경미씨의 이름도 반갑네요.
‘비틀깨비’는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2월 12일까지 공연합니다.
아참, 마지막 하이라이트 장면에서는 하늘극장이 “왜 하늘극장인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부디 하늘이 활짝 열리는 멋진 장면을 놓치지 마시길.
(공연문의 클립서비스 1577-3363)
※ 공소남은 ‘공연 소개팅 시켜주는 남자’의 줄임말입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트위터 @ranbi3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