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공동 달탐사 프로젝트 ‘루너 임팩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당초 NASA의 제안이 구체적이지 않은 데다 예산도 막대해 주저했다. 하지만 NASA의 끈질긴 제안에 공동 추진 쪽으로 돌아섰다. 202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달 탐사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는 우리로서는 NASA와의 협력을 통해 달 탐사 경험을 쌓고 노하우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판단에서다.
NASA와 항우연의 첫 만남은 지난해 4월 경희대 월드클래스유니버시티(WCU) 달궤도 우주탐사사업단이 국제 워크숍을 개최해 양측을 초청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NASA는 ‘루너 임팩터’에 대한 개념만 가지고 있던 상태에서 항우연에 공동 추진 의향을 타진해 왔다. 이후 수개월간 전화와 e메일 등으로 의견을 나눈 뒤 지난해 11월 항우연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들과 함께 NASA 에임스연구센터를 방문하면서 구체적인 협의가 이뤄졌다. 양측은 서로의 역할을 상의하고 예산 분담 등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그동안 항우연에서 달 탐사 연구를 총괄 진행해 온 주광혁 미래비행체연구팀장은 “‘루너 임팩터’는 세계에 한국의 달 탐사 의지와 기술력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루너 임팩터’의 임무는 달에 있는 물(얼음)이 어떻게 생성됐는지 단서를 찾아내는 일이다. 그동안 달은 건조하고 메마른 땅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2008년 인도가 쏘아 올린 찬드라얀 1호가 달에 얼음 형태의 물이 자그마치 6억 t이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우주 강국들의 관심이 급격히 달로 쏠리고 있다. 달에 우주기지를 건설하려는 인류의 계획이 한층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달의 분화구 중에는 유독 주변에 비해 자기장이 센 곳이 있다. 달은 지구와 달리 자기장이 매우 약하다. 지구가 북극(N)과 남극(S)을 가진 하나의 거대한 자석이어서 자기장이 일정하게 분포하는 반면 달은 분화구를 중심으로 군데군데 자기장의 세기가 다르다. 1998년 NASA 에임스연구센터가 쏘아 올린 ‘루너 프로스펙터’가 달 상공 약 100km에서 자기장을 측정해 처음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달의 자기장 연구에서 세계적인 전문가인 미국 샌타크루즈 캘리포니아대 이언 개릭베셀 교수는 “‘루너 임팩터’는 세계 최초로 달 표면 근처의 자기장을 찍게 될 것”이라면서 “달에 왜 물(얼음)이 생겼는지, 달의 자기장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지 밝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펏필드=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