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직장이 있는 A 씨는 2007년 경기도 읍 소재지 고교에 아들을 입학시켰다. 그는 계속 서울에 살면서 아들과 함께 학교 인근에 주민등록만 옮기는 위장 전입을 했다. 3년 뒤 A 씨 아들은 경쟁률이 낮은 농어촌학생 특별전형으로 서울의 사립대학에 무난히 합격했다. 학부모가 농어촌에 함께 살아야 특별전형 지원 자격이 있는데 서류상으로만 함께 살았으니 합법을 가장한 입시 부정이다. B 씨는 자녀를 아르헨티나에 사는 선교사에게 입양시켜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보내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민권운동이 활발했던 1960년대에 소수집단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이 도입됐다. 이 제도에 따라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에 흑인과 소수민족 출신이 많이 입학할 수 있었다. 한국판 소수집단 우대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농어촌 특별전형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 여건이 나쁜 농어촌 지역 학생들을 위해 1996년 도입됐다. 재외국민 특별전형과 특성화고 특별전형도 기본 취지는 마찬가지다.
▷감사원이 지난해 5, 6월 각종 특별전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을 감사한 결과 편법을 쓰거나 부당하게 입학한 학생이 60여 개 대학에서 865명이나 적발됐다. 농어촌 특별전형 지원 자격을 조작하려고 부모 주소를 농어촌 학교 기숙사나 공항 활주로, 심지어 고추밭에 위장 이전한 경우도 있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전국 82개 대학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가 이 정도라면 1996년 이후 실제로 특별전형을 악용해 대학에 간 학생은 수천 명이 될 수도 있다.
▷특별전형은 대학들이 보유한 입학 정원과는 별도로 선발하는 제도이지만 가짜 농어촌 학생들과 경쟁해서 불합격한 진짜 농어촌 학생들은 이제 와서 어디에 하소연할 것인가. 특별전형을 악용한 사람들 가운데 공직자가 70여 명이고 특히 교사와 교육청 직원 등 교육공무원이 많았다. 제도를 잘 아는 사람들이 제도의 구멍을 이용한 것이다. 일부 고등학교는 대학 진학률을 높이기 위해 학부모가 특별전형을 악용하는 데 공모하거나 조장하기도 했다. 대학도 묵인 방조한 혐의가 있다. 특별전형을 악용한 학생들의 입학을 취소하고 학부모 명단도 공개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할 필요가 있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