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경제성장률 3.6% 우울한 성적표
《지난해 12월 정부는 한국의 2011년 경제성장률이 당초 목표치인 4.5%엔 못 미치더라도 최소 3.8%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26일 실제 발표된 수치는 이보다도 0.2%포인트 낮은 3.6%에 그쳤다. 유럽 재정위기 ‘전염’이 현실화하면서 예상한 것 이상으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올해 경제 사정도 별반 나아질 게 없다는 데 있다. 연초 유럽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의 경기침체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기업들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가운데 고물가와 1000조 원에 육박한 가계부채 등 경제 전반에 악재가 산적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의 거의 모든 부문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였다. 민간소비(―0.4%) 정부소비(―1.7%) 등 내수가 심한 침체를 보였고 설비투자(―5.2%) 건설투자(―0.3%) 등 투자지표도 매우 부진했다. 그나마 수출(―1.5%)보다 수입(―3.1%)이 더 많이 감소해 ‘불황형 흑자’를 낸 게 분기 성장률을 가까스로 ‘플러스’로 유지시켜 준 요인이었다. 수출과 소비가 모두 어려워져 기업들의 재고가 늘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저성장 국면이 올해를 비롯해 앞으로 몇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수출이 문제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무역수지는 29억3200만 달러 적자를 내며 24개월 연속으로 이어온 흑자 기조를 위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연초 1160원대에서 1120원대로 떨어졌고 유럽에 이어 중국 등 신흥국마저 경기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었다.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춤을 추는 유가도 우리 경제에는 만만치 않은 악재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출이 앞으로 더 나빠질 텐데 내수가 받쳐주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라며 “수출과 내수의 복합 불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올해 목표로 내세웠던 3.7%의 성장률 달성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유럽 재정위기의 향방에 따라 올 1분기 실질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연간 3% 성장도 불안해질 수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1분기 성적표에 올해 우리 경제 전체 향방이 달려 있다”고 말했다.
○ 대부분 업종 이익 전망치 하락
국내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도 점점 하락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8개 상장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3조8949억 원으로 지난해 7월 말 추정치보다 12.37% 줄었다. 대부분의 업종에서 전망치가 나빠졌다. 금속 광물 화학 목재 등 소재업의 전망치가 33.7%로 가장 많이 줄었고 에너지(―19.3%) 의료(―15.7%) 산업재(―13.6%) 통신서비스(―12.7%) 등도 크게 떨어졌다. 증권사들의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올해 1분기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하는 셈이다. 최석원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2분기부터 글로벌 경기가 침체해 국내 상장사들도 영업이익이 줄었다”며 “올 초 경기 회복이 더뎌지면 1분기 영업이익이 더 감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 확산과 이란발 유가상승 압력 같은 대외 악재로 수출환경 악화, 물가급등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를 상쇄할 내수 및 정책 여력이 충분치 않아 기업들은 자금사정 및 실적 악화를 예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