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의 배를 채워라” 사랑이 항상 보글보글 끓는 ‘하나님의 냄비’
1908년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설립돼 한국 구세군의 장자(長子) 교회로 불리는 서울제일교회. 이곳은 서울 중구 덕수궁길에 있으며 문화선교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지난해 11월 서울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앞에서 열린 구세군서울제일교회의 희망음악회. 구세군서울제일교회 제공
“자선냄비로 상징되는 구세군의 이미지는 좋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구세군을 자선단체로만 여기는 분이 적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이 교회의 신재국 담임사관(55)은 “어려운 이들을 돕는 사회구제와 선교가 구세군의 양 날개”라면서도 “우리는 교회”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따뜻한 벽돌색 교회는 점심 무렵이면 광화문 일대 직장인을 위한 사랑방이자 문화공간으로 바뀐다. 파라솔이 설치된 ‘혜나루’ 카페는 매일 100여 명이 찾고 있다. 매주 수요일 낮 12시에 열리는 수요예배에는 150명이 참석한다. 30분의 비교적 짧은 예배에 간단한 음식도 제공한다. 교회는 봄, 가을에는 부속건물인 구세군 중앙회관 앞마당에서 정오 음악회를 개최하고, 갤러리와 박물관도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 교회의 개방성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550석 규모의 예배당이다. 전기요금과 관리비 등 많지 않은 비용을 내면 이곳을 쉽게 빌릴 수 있다. 서울 강남의 대형교회 신자들이 결혼식과 행사를 위해 자주 이용한다고 한다.
“보통 다른 교단의 교회는 신성함을 강조해 예배당을 성전(聖殿)으로 부르고, 외부인이 이용하기가 까다롭습니다. 그러나 구세군 교회는 달라요. 초기부터 빈민과 병자 등을 돕기 위해 교회를 개방해온 회관 또는 회당의 전통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이 교회가 운영하는 문화교실은 중국어와 기악교실, 드럼, 우쿨렐레, 쿠키와 초콜릿 교실, 펠트와 라인댄스 등의 강좌를 싼 비용에 운영해 호평을 받고 있다.
충남 보령 출신인 신 사관은 부부가 함께 활동하는 구세군 규정에 따라 부인(조화순 사관·54)과 결혼한 뒤 1981년 구세군 사관학교에 입학했다.
“어릴 때부터 고향의 구세군 교회에 다녔고 사관이 되는 게 꿈이었습니다. 어린 눈에도 구세군은 좋은 일만 했고, 제복도 멋있었어요. 구세군에 푹 빠져 개신교에 다른 교단이 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으니까요.(웃음)”
그는 최근 한국 교회가 외형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외면당하는 원인을 소통의 부재에서 찾았다.
“요즘 목회자들의 가장 큰 문제가 뭔지 아세요. 농담처럼 하는 말인데 권세 있는 자들과 같은 목사들끼리 주로 만난다는 겁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제대로 알 수 없죠.”
“소금은 3%의 적은 양으로 바닷물을 짜게 만듭니다. 누구든지 이곳에서 기도하고, 다시 일어나 빛과 소금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 신재국 사관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이성덕 은퇴사관 ▼
한국구세군 사령관을 지낸 이성덕 은퇴 사관 (왼쪽)과 구세군서울제일교회 신재국 사관. 구세군서울제일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