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년 교편생활 김용택 시인이 본 학교폭력
“제가 학교 다닐 때도 폭력은 있었고, 저도 돈을 뺏긴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잔인하거나 폭넓게 일어나지는 않았어요.” 김용택 시인은 “학교폭력이 심각하게 진화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학교폭력 문제가 끊이질 않습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폭력 문제가 알려지면 불이익을 당하게 돼 어떻게든 이런 것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학교 문화가 문제예요. 이런 ‘쉬쉬 문화’가 생긴 이유는 ‘자리’ 때문입니다. 교사들은 착실히 승진 점수를 따 승진할 생각을 하고 교감 교장은 자리를 지키는 데 급급하죠. 이런 문화가 오랫동안 지속된 것이 학교폭력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도록 하는 거죠.”
―해법이 있을까요.
―학교폭력으로 학생이 자살했지만 교원단체들의 사과는 없었습니다.
“중요한 반성의 계기였는데 선생님들이 너무 조용해서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전교조와 한국교총뿐이 아니고 전국에 교감·교장협의회도 있거든요. 학교를 책임지고 있는 교감·교장단체에서라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방향성을 제시했어야 맞는 거죠. ‘언론이 저러다 말겠지’ ‘나는 몇 년 있으면 퇴임하니까’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어요.”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효과가 있을까요.
“지난해 진보 교육감이 6명이나 나오면서 사실 기대를 많이 했어요. 하지만 기대만큼 큰 변화는 없다고 봐요. 교육감 한 명 바뀐다고 개선되기 어려울 만큼 그간의 관행이 깊게 뿌리내려 있는 탓도 있죠. 교육감이 너무 정치화되는 것도 우려되고요.”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업무복귀 논란은 어떻게 보십니까.
“노코멘트예요. 말 못하죠, 허허. 다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 진보냐 보수냐 빨리 색을 칠하는 것이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화제를 바꿔 교단을 떠난 다음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물었다.
오늘날 가정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지 묻자 그는 “요즘 가정을 보면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서울대에 보낼까’를 목적으로 고민하는 조직 같다”며 허허 웃었다. “아버지는 돈벌고, 어머니는 정보 모으고…. 정의 사랑 배려 등 기본적인 가치교육에는 소홀하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정다운 시간을 보내는 소박한 행위들이 아이들의 올바른 정서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올해 등단 30년을 맞으셨습니다.
“앞으로 ‘시에 더 책임을 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열두 번째 시집을 탈고했는데 예전 것들과 달라요. 우리가 원치 않는 세상을 만들고, 우리의 순결성을 빼앗은 ‘자본’을 비판하는 얘기를 담았죠. 봄부터는 고향집(전북 임실군 덕치면)에서 방문객들과 함께하는 ‘김용택의 작은 학교’라는 글쓰기 학교를 열 계획입니다. 벚꽃 피면 한번 오세요.”
전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