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 기미 없다면 처분 후 현금 운용 더 바람직
Q. 김모 씨(65)는 자신이 거주하는 집과 아들 내외가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총 2채를 가지고 있다. 몇 년째 집값이 계속 떨어지고 앞으로도 크게 오르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서 재산세나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만만치 않은 형편. 김 씨는 조만간 아들 내외가 이사하기로 해 집을 처분하려고 했지만 양도소득세가 만만치 않아 고민하고 있다. ‘증여 후 양도’ 방법을 쓰면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하는데 실제 효과를 볼 수 있는지 궁금하다.
A. 김 씨와 같은 다주택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증여 후 양도’ 방식이다. 가족 중 한 명에게 아파트를 증여한 뒤 나중에 이를 양도하면 양도세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김 씨가 10년 전 4억 원에 산 집이 현재 7억 원일 때 지금 양도하면 양도차익 3억 원에 대한 양도세 약 6300만 원을 내야 한다. 반면 배우자를 통해 ‘증여 후 양도’ 방법을 쓰면 양도세가 크게 줄어든다. 현행 상속세법상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 6억 원이 공제되므로 나머지 1억 원에 대한 증여세 900만 원과 취득세 2800만 원만 내면 된다. 그리고 증여받은 배우자가 5년 후에 같은 금액인 7억 원에 양도하게 되면 양도차익이 없으므로 더는 양도세 부담이 없어진다. 결국 아파트를 바로 처분할 때보다 증여 후 양도하면 세금 2600만 원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증여 후 양도 방법이 어느 상황에서나 훌륭한 ‘세테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당장 양도세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증여를 한 뒤 보유 기간에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 있기 때문이다. 김 씨가 양도를 통해 절세 효과를 보려면 최소 5년은 기다려야 한다. 김 씨의 배우자가 5년 안에 증여받은 아파트를 판다면 양도차익 산정 기준이 최초 김 씨가 집을 산 4억 원으로 책정돼 증여를 통한 혜택이 무용지물이 된다. 한편 증여 없이 바로 처분했을 때 양도세 6300만 원을 내고 남은 6억3700만 원을 5년간 세후 3%의 수익률로만 운용해도 약 1억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5년 후 양도하는 방법으로 2600만 원을 절세하는 것보다 지금 양도한 뒤 남은 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수 있다.
물론 지금보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른다면 미리 배우자에게 증여해 두었다가 양도하는 편이 좋다. 5년 동안 기회비용이 들더라도 절세뿐만 아니라 부동산 보유를 통한 시세차익까지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값이 더 오르지 않는다고 했을 때는 당장 세금을 좀 더 내더라도 현금을 확보해 운용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이처럼 부동산과 관련된 세금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짤 때에는 절세뿐 아니라 자신이 감당해야 할 기회비용이나 향후 부동산 가치의 변화 여부, 즉 보유효과까지 내다본 뒤 적절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