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꼭 알아야 할 어린이 필수 예방접종
권용진 서울대 의대 의료정책실 교수
▽이진한 기자(이하 이)=조 위원은 국가가 필수 예방접종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이유가 뭔가요.
▽조=내가 살고 있는 경기 시흥시엔 취약계층이 많습니다. 예방접종률도 낮습니다. 그러던 차에 2005년 정부가 대구와 경기 군포시에서 필수 예방접종 무료 시범사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후 예산문제로 유야무야된 것이 안타까워 개원의사회와 예방접종 관련 학회, 정부기관을 쫓아다니며 설득을 했고 5년 만에 이번 결과가 나왔습니다.
조인성 보건복지부 예방접종심의위원
▽조=10가지 예방접종에만 해당합니다. BCG(결핵), B형간염, DTaP(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IPV(소아마비), MMR(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 일본뇌염, 수두, Td(파상풍·디프테리아), Tdap(청소년 및 성인용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DTaP-IPV혼합백신 등입니다.
▽권=지난해까지는 필수 예방접종이 8개였습니다. 이번에 Tdap, DTaP-IPV혼합백신이 추가됐습니다. 혼합백신은 기존에 따로 맞았던 DTaP와 IPV를 한번에 해결해주는 백신이므로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국민의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진 셈이지요.
▽이=혼합백신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의사들이 수입이 줄까봐 반대했다던데요. 접종횟수가 두 번에서 한 번으로 줄었기 때문인가요.
▽조=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겁니다. 현재 필수 예방접종률은 60%에 불과합니다. 이번 사업으로 예방접종률이 올라가면 아이들을 질병 위험에서 구할 수도 있고, 의사들의 ‘수입’ 걱정도 없어질 겁니다.
▽조=저소득층의 접종률은 평균보다 낮은 20∼30%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갈 시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4∼6세 때는 DTaP, 폴리오, MMR, 일본뇌염 등을 추가로 접종해야 하는데 아이의 부모는 대부분 잊고 있거나 접종의 필요성을 모르고 있습니다. 추가접종이 없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다시 그 병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지역별로 어떤 곳은 무료인데 어떤 곳은 5000원을 부담합니다. 왜 차이가 나는 건가요.
▽권=정부가 예방접종 비용의 70%를 내고, 나머지 30%를 본인이 부담합니다. 그런데 서울, 경기, 인천, 울산, 전북, 제주 등 6곳은 지방자치단체가 이 본인부담금을 대신 내 줍니다. 주민등록상 6곳에 거주지가 등록된 아이는 무료지만 나머지 지역은 자기 부담금 5000원을 내야 합니다.
▽이=예방접종 혜택은 어린이만 받습니다. 진료도 ‘소아청소년과’에서만 가능한가요.
▽이=의원이 이사해 버리면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기가 힘들었습니다. 예방접종 등록 시스템이 구축되면 앞으로 어디서든지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나요.
▽권=그렇습니다. 다만 실시간확인 시스템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병원 측에 부탁해 적당히 발급받는 것은 어려워질 겁니다. 가령 유학생의 경우 예방접종 증명서 발급이 더 엄격해질 수 있습니다. 유학을 계획한다면 시간 여유를 가지고 미리 알아봐야 합니다.
▽이=올해부터는 초등학생이 입학을 하려면 4가지 예방접종 기록이 있어야 한다는데요.
▽조=네 지금까지는 MMR(2차) 접종 1건만 예방접종 기록을 확인했는데, 올해부터는 만 4∼6세 때 받아야 하는 MMR, DTaP(5차), 폴리오(4차), 일본뇌염(사백신 4차 또는 생백신 3차) 등 4가지 백신을 확인합니다. 초등 교사가 온라인에서 직접 학생의 예방접종 여부를 파악할 수 있어 보호자는 별도로 예방접종 증명서를 학교에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이=지금까지는 저렴하게 예방접종을 하기 위해 보건소를 많이 이용했는데 이제는 보건소의 역할도 달라져야 할 것 같습니다.
12개월 된 유아가 일본뇌염 예방백신 주사를 맞고 있다. 이 주사는 무료다. 동아일보DB
▽조=올해 필수 예방접종 사업은 중앙정부예산 500억 원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확대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A형간염이나 폐구균 등은 상당히 위험하기 때문에 따로 예방접종이 필요합니다. 예산이 늘더라도 예방접종을 통해 국가와 국민 전체가 얻는 이익이 더 많습니다. 정부와 의료계의 예방접종에 대한 홍보와 관리, 국민들 스스로 예방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진한 의사·기자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