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달리기 경기장이 아닌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탄식이다. 특히 명절 이후 자식들 손에 이끌려 평생 처음 병원 신세를 져본 어르신 중 검진 후 폐암이나 위암 등을 우연히 발견할 때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평소 자기 몸을 돌볼 틈이 없던 젊은 주부들도 뒤늦게 병을 발견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늘 피곤하고 살이 찌지 않아 걱정인 남편과 평소 건강해서 병원에 처음 와본다는 아내가 검진을 받았다. 남편은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는데, 아내는 다른 장기까지 전이된 위암이 발견됐다. 직장 검진과 잦은 병원 출입 덕분에 사소한 이상이라도 미리 발견할 수 있었던 남편과 달리 불편한 곳 없었던 아내가 집안일에 쫓기며 병원을 멀리하던 탓에 병을 키운 셈이다.
국가에서 2년마다 시행하는 검진이나 직장에서 하는 검진에는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항목이 들어 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받아봐야 할 최소한의 검사이기 때문에 잘 챙겨서 반드시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간혹 “비싼 돈 들여 오랫동안 기다려서 검사했는데 정작 제일 괴로운 허리 통증에 대한 결과는 왜 없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종합검진은 몸에 있는 모든 질병을 다 찾아내는 검사가 아니라 미리 발견해서 치료하면 좋을 질병들에 대한 검사 항목들을 모아놓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의 모든 병을 발견하진 못한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고려한 정기검진을 하려면 자신의 상태를 잘 아는 의사에게 정기적으로 상담을 받고 필요한 검사를 추천받는 것이 좋다.
수술이나 약물치료 같은 특별한 처치가 필요 없는 경우라면 비만, 흡연, 과도한 음주, 신체활동 부족 같은 건강 위험 요인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
흔히 검진센터 방문객들은 “그건 매년 검진할 때마다 나오는 얘기다. 암만 없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얘기한다. 당장 불편한 증상이 없으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도 하고 실생활에서 막상 실천해 보려면 당장 뭘 해야 할지 몰라 막연한 느낌도 들 것이다.
주변 병원이나 보건소 같은 의료기관을 찾아가 건강 위험 요인을 찾아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상담하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병원은 아파야만 가는 곳이 아니라 아프지 않기 위해서 가는 곳이기도 하다.
박경희 한림대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