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연상 국제부
그 두 사람이 최근 손을 잡으려 하고 있다. 중앙정계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하시모토 시장은 자신을 끌어들여 우익 성향 전국정당을 만들려고 하는 이시하라 지사와 계속 접촉하고 있다. 자민 민주 양당에 염증을 느끼는 국민을 파고들겠다는 구상이다.
하시모토 시장은 30일 “선중팔책(船中八策·메이지유신의 주역인 사카모토 료마가 교토로 가는 배 위에서 했던 8가지 정치 구상)을 만드는 심정으로 정권 공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강한 추진력을 지닌 하시모토는 지지자들 사이에서 1867년 메이지유신을 성공시킨 료마에 종종 비견돼 왔다.
메이지유신 직전처럼 강력한 리더십이 부재한 일본에서 하시모토-이시하라 연합신당이 창당되면 상당한 인기를 끌 것이라는 게 일본 언론들의 전망이다. 6월에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조기 총선에서 최소 40석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의석 과반수를 차지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자민당과 민주당 사이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조합이 종이 한 장 차로 일본을 극우주의 광풍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시모토와 파시즘을 합친 ‘하시즘’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극우적인 색채가 강한 하시모토는 공립학교 행사 때 기미가요를 기립해서 부르지 않는 교사나 학생들을 처벌하는 조례를 제정했다. “지금 일본에 필요한 것은 독재”라는 말도 서슴지 않는 그는 이시하라와 함께 일본이 핵보유국이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면도날’이란 별명을 얻었을 정도로 빠른 일 수행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전범의 길을 걸은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의 그림자가 이들에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시모토-이시하라 조합이 일본 정국을 안정시키고 발전으로 나갈 료마의 길을 걸을 것인가, 아니면 다른 나라를 희생양 삼아 제국의 야욕을 키운 도조의 길을 걸을 것인가, 일본의 선택이 주목된다.
백연상 국제부 baek@donga.com